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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19일자 사설 '오늘은 국민이 대선 무대에 올라서는 날'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오늘은 제17대 대통령 선거 투표일이다. 사실상 1년 이상 진행돼 온 선거전은 어젯밤으로 끝났다. 이번 대선 선거 운동은 오로지 네거티브 공방으로 시종했다. 투표장으로 향하는 국민 머릿속에 어느 후보의 정책 하나도 제대로 새겨있지 않을 정도다. 그런 와중에 지역주의 바람이 과거에 비해 잦아든 것과 금품 선거니 향응 선거니 하는 시비도 거의 없었던 게 이번 선거에서 건진 희망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른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마지막 호소는 “경제를 살려 일류 선진국을 만들겠다”였다.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는 “통합의 정부를 만들어 새 나라의 아침을 열겠다”고 했다. 이회창 무소속 후보는 “나라를 바로 세우겠다”고 했다.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는 “진정한 경제 대통령감”임을 자부했고,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는 “민노당 지지는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했다. 이인제 민주당 후보는 “중산층 서민을 위하는 중도개혁 노선”을 주장했다.
어제까지가 후보들의 무대였다면, 오늘은 국민이 무대 위에 올라서는 날이다. 무대 위에는 치열했던 싸움의 흔적들이 그대로 남아 있지만, 대한민국은 다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 나라는 GDP 세계 13위에 거주 인구가 5000만 명을 넘어선 나라다. 선진국 문턱 앞에서 벌써 몇 년째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는 나라이고, 핵 위협 아래에서 평화를 건설해야 하는 나라다. 5000만 국민, 그중에서도 3767만 유권자들의 어깨가 무겁다. 유권자의 손 하나 하나가 대한민국과 대한민국의 역사를 앞으로 밀고 가는 힘이다. 투표를 포기하는 것은 그 희망의 손을 놓아버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오늘 밤 자정 전에 선거 결과가 확정된다. 유권자들 사이에서도 기쁨과 실망, 안도와 낙담이 엇갈릴 것이다. 그러나 이제 대한민국은 승자라고 해서 모든 것을 독식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승자독식이 나라를 어떻게 만들고 마는가는 지난 5년 동안에 확실히 검증됐다.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되든 오늘을 가르고 나누는 분열의 씨앗이 아니라 뭉치고 합치는 통합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