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BK 특검을 막기 위해 한나라당은 이틀째 국회 본회의장의 문을 걸어잠궜다. 본회의장으로 들어갈 수 있는 입구는 모두 봉쇄했고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이 힘으로 문을 열지 못하도록 출입문에 알루미늄 파이프와 체인까지 걸어놨다.  ·

    이렇게 굳게 잠긴 문은 결국 국회사무처에서 절단기까지 동원한 끝에 열렸다. 전기톱까지 동원해 본회의장 문을 열자 주변에서는 "창피하다" "이게 무슨 망신이냐"는 반응이 나왔다. 3시간 넘게 대치하던 양당 의원들은 5시 19분 본회의장 문이 열리면서 결국 충돌했다. 문이 열리자 통합신당 의원들은 "진실승리" 구호를 외치며 입장했고 이때부터 양당 의원들의 몸싸움과 욕설이 시작됐다. 본회의장 방청석에 있던 취재진과 방청객들 입에선 "창피하다" "이런 코미디가 어디 있느냐"는 비아냥이 쏟아졌다.

    그러나 의원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양당 의원들 사이에선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이 오갔고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은 몸싸움 도중 허리를 다쳐 병원으로 후송되는 불상사까지 발생했다. 심재철 의원은 짚고 있던 목발로 의장석에 진입하려는 통합신당 의원들을 밀쳤고 이로 인해 몇몇 의원들은 단상에서 떨어져 부상을 당했다.

    의장석에 진입하려는 통합신당 의원들과 이를 저지하려는 한나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주먹질까지 오갔다. 몸싸움에 가담한 일부 남성 의원들은 셔츠까지 찢겨졌고 한나라당 이병석 의원은 의장석에 진입하려는 통합신당의 한 의원에 주먹을 휘둘렀다. 몸싸움 끝에 단상에서 떨어진 양당 의원들은 멱살잡이를 벌였다.

    이렇게 5시 23분부터 시작된 양당 의원들의 몸싸움은 6시 6분경 한나라당 의원들이 단상에서 밀려나면서 마무리됐다. 40분 이상 양당 의원들은 본회의장에서 난투극을 벌였는데 이를 지켜본 방청객들은 "기막히다"며 혀까지 내둘렀다.

    다음은 의장석 주변에서 양당 의원들이 몸싸움을 벌이며 주고받았던 말들이다.

    "원희룡 창피한 줄 알아라" "천하에 원희룡이가 거기에 가 있으면 되나"
    "다른 놈들은 몰라도 원희룡은 거기 있으면 안되지. 창피하지 않냐"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이 몸싸움 전면에 서자 통합신당 의원들이 던진 발언)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냐"
    "너희는 사기꾼 아니냐"
    "너나 부끄러운 줄 알아"

    "내려와 이 새끼야"
    "어디서 반말이야"
    "니가 이 새끼라고 했잖아"
    "놔 임마"

    "너 사람 팼지. 증거물 입수했어"
    "어디 쇠파이프로 사람을 때려"
    "이 자식아"
    "이 자식이라니. 이 새끼야"
    "니 눈에는 그게 패는 거냐"

    양당 의원들은 몸싸움 도중 의장석 주변의 집기까지 사용해 집기가 망가졌다. 6시 6분 한나라당이 점거하고 있던 의장석은 통합신당이 차지했고 한나라당 의원들은 본회의장에서 철수했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임채정 국회의장은 통합신당 등이 요구한 '이명박 특검법'에 대해 17일 낮 12시까지 심사를 마쳐줄 것을 각 당에 통보했다고 정경환 국회의장 공보수석은 밝혔다. 임 의장이 지정한 심사 기일까지 소관 상임위인 법사위에서 심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안건은 자동으로 본회의에 직권 상정된다. 따라서 17일 본회의에서 또 한 차례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