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의 분위기가 어수선 하다. 외관상으로는 당이 BBK 사건에 올인한 듯 보이지만 내부를 살펴보면 지도부간 엇박자, 의원들의 저조한 검찰수사 규탄집회 참여 등으로 당이 갈피를 못잡는 모양새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오충일 대표는 당무에서 제외된 듯한 모습까지 노출했다. 10일 통합신당은 오전 8시 30분 서울 당산동 당사 6층 회의실에서 선대위원장 및 본부장단 회의를, 9시 30분에는 같은 장소에서 한국 직능연합당의 정동영 후보 지지선언을 각각 계획했다. 그러나 오전 회의부터 제시간에 열리지 않았다. 

    오 대표는 8시 33분 회의장에 먼저 도착했지만 신국환 이해찬 정대철 공동선대위원장과 김효석 원내대표, 이용희 김원기 박명광 천정배 의원 등은 10분 뒤인 43분이 돼서야 회의장에 함께 도착했다. 회의는 45분이 돼서야 시작됐다. 통상적으로 지도부는 회의 전 비공개로 차담(茶談)을 나누는 데 오 대표를 제외한 당 지도부는 차담 후 함께 회의장에 도착한 반면 오 대표는 차담에 참석하지 않고 먼저 회의장에 도착한 것이다. 회의 전 차담에 참석했던 당 관계자는 "(회의장에) 내려와 보니까 오 대표가 있더라"고 했다. 실제 오 대표는 당 지도부가 회의장에 도착하기 직전부터 전화통화를 하고 있었고 43분 경 지도부가 도착해 회의 테이블에 앉았지만 오 대표의 전화통화가 길어지면서 회의가 지연됐다.

    이런 탓에 오 대표는 당 대표임에도 불구하고 검찰에 대한 당의 대응 방향을 모른 채 회의에 참석했고 결국 회의 말미에 이런 문제점을 노출했다. 장영달 의원이 BBK 사건과 관련, '청와대 책임론'을 언급하자 오 대표는 마이크를 다시 잡았다. 오 대표는 "검찰이 이런 짓을 했을 때 검찰은 누가 조사해야 하느냐. 검찰이 이 정도 일을 저질렀다면 임명권자인 대통령도 책임이 있다. 흘러나온 얘기를 보면 청와대는 '수사에 관여하고 싶지 않다' 이런 정도인데 이것이 책임 있는 발언인가. 법 공부를 많이 한 분들에게 묻는다. 저렇게 엄청난 일은 검찰 내에서 못할 것 아니냐. 그러면 국민이 하든가…"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은 이미 법무부 장관에 직무감찰을 요구했고 BBK 수사검사 3인 탄핵소추 발의를 결정한 상황이었다. 검찰에 할 수 있는 방안을 다 강구해놓은 상태였다. 오 대표만 이런 상황을 명확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셈인데 오 대표의 이런 발언이 나오자 회의장 뒤편에서는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더구나 오 대표는 발언 도중 이 전 총리로 부터 발언까지 제지 당했는데 당 대표 체면이 구겨진 셈이다.

    당 내부에서는 BBK 사건과 관련, '노무현 책임론'을 두고도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정동영 후보는 청와대에 BBK에 관한 입장표명을 요구하며 압박을 가하고 있지만 이 전 총리는 이런 당내의 '노무현 책임론'에 내심 불쾌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런 후보와 공동선대위원장의 엇박자를 제어할 방법이 없고 당 대표마저 위축된 모습을 연출하고 있어 신당의 고민은 커지고 있다. 오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선거만 하기도 힘들어 죽겠는데…"라고 하소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