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7일자 사설 <정동영 신당 ‘법치 파괴 세력’ 될 셈인가>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대통합민주신당은 그제에 이어 어제도 서울 도심에서 촛불집회를 갖고 “검찰의 BBK 수사 결과 발표는 거짓”이라며 여론몰이를 했다. 정동영 후보는 기자회견을 하고 “거대한 음모가 시작됐다. 검찰은 수사를 한 게 아니라 수구부패동맹의 편짜기에 가담한 것”이라며 “우리는 국민과 역사의 이름으로 권력의 하수인인 정치검찰을 탄핵한다”고 말했다.

    지금 신당은 ‘BBK 한 방’에 목을 매던 때보다 더 필사적이다. 국회 법사위에서 BBK 특별검사법안 상정 투쟁을 벌이고 있고, 당내 일각에서는 입만 열면 “수구냉전세력의 원조”라고 비난하던 이회창 후보와의 ‘반(反)이명박 연대’ 주장까지 나왔다. “차떼기의 주범”이라며 극렬하게 성토했던 이회창 후보와 연대를 한다면, 과연 어느 쪽이 ‘수구부패동맹’이 될지 궁금해진다.

    신당은 한발 더 나아가 검찰 수사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기 위해 국가소추기관인 검찰을 무력화(無力化)하려는 시도를 서슴지 않고 있다. 신당 소속 율사 출신 의원들이 김경준 씨 공동변호인단으로 참여해 어제 김 씨를 면회한 뒤 범법자인 그의 주장을 사실인양 퍼 날랐다. 정 후보는 외교안보 TV토론회에서까지 김 씨를 대변했다.

    오충일 신당 대표는 1970년대의 민청학련, 인혁당 사건까지 끄집어내며 검찰을 상대로 ‘제2의 민주화 투쟁’을 벌여야 한다고 선언했다. 현 정권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이해찬 공동선대위원장은 “유신체제, 5공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 정부에 대해 ‘역대 정부 중 시스템 상으로 가장 안정된 정부’라고 자화자찬했던 장본인이 이런 말을 하고 있다.

    BBK 수사는 노무현 대통령이 임명한 정상명, 임채진 검찰총장의 지휘 아래 이뤄졌다. 그런데도 ‘순도 99%’의 도로열린우리당인 신당과, 노 대통령 밑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신당 공동선대위원장이 검찰을 ‘유신 검찰’ ‘5공 전두환 검찰’로 매도하고 있는 것이다. 정 후보는 “검찰 발표는 일반인의 상식을 뛰어넘는 음모”라고 했다. 하지만 신당 사람들의 언행(言行)이야말로 보통 국민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행태다.

    신당 측이 대통령후보부터 검찰을 이처럼 흔들어 대는데도 검찰총장 임명권자인 노 대통령과 청와대는 “논평하지 않겠다”며 침묵하고 있다. BBK 특검법안에 대해서도 “국회에서 정부로 넘어오면 방침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는 말뿐이다. 노 대통령의 ‘당선 축하금’ 의혹이 포함된 삼성비자금 특검법안 발의 때와는 사뭇 다른 태도다.

    노 대통령도 ‘검찰 흔들기’에 동조하나

    노 대통령은 어제 과거사정리위원들과 오찬을 하면서 “(검찰의 과거사 정리는) 그냥 어영부영 넘어가는 것 같다”고 했다. 신당이 검찰의 과거사까지 거론하며 BBK 수사의 신뢰성을 훼손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시점에서 대통령이 왜 이런 말을 했는지 동기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도 검찰을 믿지 못한다는 뜻인가.

    신당은 더 늦기 전에 이성(理性)을 찾아야 한다. ‘BBK 한방’에 목을 맨 것부터가 정상이 아니었음을 깨달아야 한다. 김경준 씨의 누나이자 공범인 에리카 김 씨가 어제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검찰수사에 대한 반박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예고했다가 갑자기 취소한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검찰 발표를 뒤집을 수 있는 납득할 만한 근거도 없이 “한글 이면계약서는 이명박 후보의 의사에 따라 작성된 것”(신당 김종률 의원)이라는 식의 거짓말 퍼레이드를 계속한다면 ‘사법 파괴, 법치 파괴 세력’으로 스스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