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민주세력과 양심세력이 단결해 범국민 투쟁을 해야 한다"(오충일 대표)

    "오늘 모든 유세를 중단하고 12시 명동성당에서, 6시에는 광화문 광장에서 호소해 갈 것이다"(김효석 원내대표)

    "오늘 지금이라도 바로 수도권 의원들, 특히 지역에 연락을 해줘서 12시 명동, 6시 광화문 집회 성공하도록 해 달라"(이강래 선대본부장)

    5일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은 검찰의 BBK 사건 수사결과 발표를 듣지도 보지도 않았다. "볼 필요도 없다"고 했고 "인정할 수 없다"는 게 수사결과 발표 전부터 통합신당의 입장이었다. 대신 검찰을 규탄하는 집회를 계획했다. 오후 12시에는 서울 명동, 6시에는 광화문에서 촛불집회를 계획했다. 그래서 이날 오전 열린 의원총회에서 당 지도부는 소속 의원들에게 위와 같이 주문했다.

    특히 통합신당 지도부는 저녁 6시에 있을 광화문 집회에 총집결을 당부했다. 광화문 집회를 통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여론을 형성하겠다는 판단에서다. 유일한 희망으로 기대했던 BBK가 '헛방'으로 끝났으니 통합신당에겐 이날 계획한 첫 규탄대회가 매우 중요하다. 최대한 당력을 모아 여론을 유리한 방향으로 몰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가 오전 열린 의원총회에서 소속 의원들이 집회 참석을 주문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통합신당이 명동 집회보다 광화문 집회에 무게를 둔 것은 지역에 있는 일부 의원들까지 가세할 것이란 기대에서다. 그러나 저녁 6시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집회에는 이런 당 지도부의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숫자의 의원들이 참석했다. 정동영 후보까지 유세를 중단하고 광화문 집회에 참석했고 이해찬 손학규 오충일 김근태 한명숙 공동선대위원장은 물론 정세균 천정배 김덕규 김한길 등 당 중진 의원들과 지도부가 총출동 한 반면 일반 의원 참석자는 30여명에 불과했고 계획된 6시까지 집회 현장에 나온 의원은 10명이 채 되지 않았다. 그나마 집회현장을 채운 것은 당원과 정 후보 지지자들 덕분이었다.

    집회에서 마이크를 잡은 정 후보와 이해찬 손학규 오충일 위원장은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에게 독설을 퍼부었다.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은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오전 의원총회에서 "놀아난 이명박" "멍청이" 등 막말 수준의 발언을 한 데 이어 "온갖 사기행각을 벌인 이명박이 두려워 검찰이기를 포기한다면 법치주의는 무너진다"고 비난을 쏟았다. 이 전 총리는 "한 발자국만 더 나아가면 선진국으로 갈 수 있는데 검찰이 법치주의를 무너뜨리고, 이명박이 협박해 2류국가도 아니고 3류국가로 전락할 위기에 있다. 여러분이 분노해야 한다"고 열을 올렸다.

    정 후보도 "오늘 상식이 탄핵 당했다. 대한민국 국민이 믿는 상식이 땅바닥에 팽개쳐졌다"고 소리쳤다. 검찰에 대한 불만도 여과 없이 표출했다. "오늘 검찰 발표를 보면서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고 "유력한 대통령 후보가 아니라 힘없고 돈 없는 서민이라면 검찰이 이렇게 면죄부를 줬겠느냐"고 따졌다. 정 후보는 "개인에게 신용등급이 있고 국가에도 신용등급이 있다"면서 "대통령에게도 신용등급이 있다. 거짓말쟁이 대통령을 갖는다면 그 지도자의 신용등급은 신용불량 아닙니까. 이것을 용납하겠습니까"라고 고함을 질렀다.

    한편 통합신당은 이날 오전 "다른 당쪽에서도 나에게 (검찰 수사발표에) 공동으로 대응할 방법이 없는가 연락이 오고 있다. 가능하면 자연스럽게 오늘 6시 광화문 집회는 한나라당을 뺀 나머지가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해보겠다"(이강래 선대본부장)고 했으나 같은 시간 비슷한 장소에서 집회를 연 이회창씨 측과 민주노동당이 공동 집회를 거부하며 무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