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 오전 11시 정각. 한나라당 서울 여의도 당사 기자실의 모든 시선은 생중계된 검찰의 BBK의혹 수사발표에 몰려있었다.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에 이명박 후보가 김경준과 공모했다는 증거를 인정할 수 없다" "김경준은 검찰 조사과정에서 미국에서의 주장과 달리 BBK는 본인이 100% 지분을 가진 회사고, 이 후보는 지분을 갖고 있지않다고 진술했다" "이면계약서도 진술 번복…".

    검찰은 김경준의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 및 횡령혐의와 이 후보의 연루 의혹에 대한 수사를 발표하면서 "이 후보는 혐의가 없다"며 명쾌한 결론을 내렸다. 정치적 논란 여지를 남기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은 듯 검찰은 모호한 표현을 피하고 구체적인 수사사실도 함께 공개하면서 의혹을 해소했다. 또 검찰은 발표 이후에도 상당 시간 기자들과 문답시간을 가지며 수사 내용을 상세히 설명했다.

    한나라당은 예상보다 '화끈한(?)' 검찰의 발표에 큰 만족을 나타냈다. 즉각 기자회견을 가진 강재섭 대표는 "너무 명백히 밝혀져 (기자들의) 질문도 없을 것"이라고 여유를 나타냈다. 나경원 대변인은 "속이 시원하다. 기뻐 목이 멘 것 같다"며 BBK정국에서 벗어난 소감을 숨기지않았다. 홍준표 클린정치위원장은 빨간색 꽃무늬 와이셔츠에 빨간 넥타이를 곁들여 한껏 멋을 부린 채 나타나 "이제 정책대결하자. (공세를 펴온) 그 사람들은 이 후보에게 미안한 감정을 가져야한다"고 점잖게 타일렀다.

    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 이회창씨 등 한나라당을 제외한 대부분 대권 주자들은 검찰 발표를 "인정할 수 없다"고 강변하면서 '반(反) 이명박 전선'을 형성했지만, 검찰 발표가 일방적 의견이 아닌 김경준 진술에 근거한 것이란 점에서 달리 할 말이 없을 것이란 분석이 주를 이뤘다. 이 후보측 관계자도 "김경준의 입을 통해 모든 의혹이 해소됐기 때문에 더 이상 의혹이 남을 게 없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여의도에 마련된 비디오아티스트 고 백남준 전시장을 찾아 작품을 관람하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자화상'이라는 작품 앞에서 잠시 멈춘 이 후보에게 기호 2번을 나타내는 '브이(V)자'를 그리는 포즈를 요청했지만 "너무 정치적이다. 예술 앞에서 정치적이면 안되지 않느냐"며 굳이 거부했다. 이 후보는 앞서 "대한민국 법이 살아있다"며 검찰 발표를 환영했다.

    오후 4시경 강 대표의 부인 민병란 여사는 사무처 당직자들에게 피자를 돌리고 격려하며 깜짝 방문했고, 이 후보의 최측근 정두언 의원도 잠시 기자실에 들러 기자들과 환담했다. BBK공세를 떨쳐낸 이날 한나라당 피자파티에서 "어, BBQ치킨이 아니네"라는 농담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온 것은 필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