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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7대 대선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된 지 사흘째,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의 '머슴론'이 유권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강 대표는 유세 첫날인 27일부터 "대선은 나라의 상머슴을 뽑는 선거"라며 이명박 대선후보를 "일 잘하는 머슴"으로 부각시키며 지지를 호소했다.
'일을 잘하는 장정 머슴'을 뜻하는 '상머슴'을 강 대표는 지난 27일 대구유세에서 "나라의 제일 큰 머슴"이라고 설명하며 대통령에 대비했다. 평소 특유의 농담과 적절한 비유로 언론의 주목을 끌어온 강 대표는 이번 유세에서도 머슴론을 설파하며 관심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청중과 호흡하듯 질문을 던지고 답을 이끄는 화술로 "잘한다" "옳소"와 같은 탄성이 저절로 터져나온다.강 대표의 머슴론은 먼저 '실천하는 경제대통령'이라는 캐치프레이즈에 맞게 이 후보와 '일'을 직접 연결시키면서 장점을 강조하고, 한편으로는 노무현 정권의 무능을 집중 비판하고 범여권 주자들을 '노 정권의 아류'로 규정해 "일은 않고 말만 많은 머슴"으로 공격한다. 여기에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무소속 출마한 이회창 후보는 "(한나라당이) 10년 고생하고 수확하려는데 자기가 다 먹겠다고 낫 하나만 들고 나선 새치기"로 낙인찍는 '3중 효과'를 얻고 있다.
강 대표는 29일 서울 여의도역 유세에서는 "싸움박질 그만 하고, 이제 누가 일 열심히 하고 경제살리겠는가 경쟁을 하고 싶다"며 머슴론을 꺼냈다. 그는 "상머슴을 뽑으려면 누가 지게를 잘 지는지, 소를 잘 모는 지, 낫질을 잘 하는 지, 무슨 일을 잘하는 지 봐야 한다"며 "이 후보는 지게지기도, 소몰기도, 낫베기도 잘 하는 국민후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런데 상대후보는 이름을 어제는 꺽쇠, 오늘은 돌쇠라며 자주 바꿔가면서 무슨 머슴이 일은 하지 않고 얼굴에 화장만 하고 있다"며 금년에만 수차례 이합집산을 거듭한 대통합민주신당과 정동영 후보를 싸잡아 비판했다. 강 대표는 "이는 주인(국민)을 헷갈리게 하는 것"이라며 "화장하는 게 왜 필요하나"고 말해 청중들의 박수를 끌어냈다. 이어 "무슨 머슴이 일 열심히 할 생각은 않고 말 참견만 해 시끄러워 못 살겠다"고 말해 청와대의 대선개입을 비판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강 대표는 "일 잘하는 머슴은 얼굴에 연탄가루도 묻고, 손톱 밑에 때도 끼는 것 아니냐"며 동의를 구한 뒤 "그런데 일을 한번도 안해본 머슴이 자기 혼자 깨끗한 척 화장만 하고 있다"고 이어갔다. 신당의 신문광고에서 이 후보의 연탄배달 봉사를 '위장'으로 비난한 것을 반박함과 동시에, 이 후보와 관련해 제기되는 여러 잡음을 '일'로 상쇄하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
"또 재미있는 분이 하나 있다"며 강 대표는 이회창씨를 겨냥했다. 그는 "10년간 이 분을 모시다가 멍들었는데, 이제 수확을 하려고 하니 낫 하나 들고 자기가 수확하겠다고 한다. 그게 법과 원칙이냐"고 따져 물으며 "1년동안 경선해서 뽑힌 국민후보, 이명박 후보가 법과 원칙에 맞는 후보"라고 역설했다. 그는 "10년 동안 나라를 망친 세력을 심판하고, 새치기 같은 비민주적 행태가 이 땅에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달라"고 호소하며 연설을 마무리했다.
이 후보도 강 대표의 머슴론에 화답하듯 "대통령은 국민을 하늘같이 모실 줄 알아야 한다. 국민을 위해 그 자리가 있는 것"이라고 소리 높였다. 그는 "지난 5년간 대통령이 국민을 모신 것이 아니라, 국민이 대통령 하나를 걱정하며 지내왔다. 다음 5년은 국민을 위해 걱정하고 온몸 던져 헌신하고 봉사할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고 강조한 뒤 "하늘이 두쪽나도 경제를 살리겠다. 열심히 하겠다. 해내겠다"고 수차례 다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