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경부선을 타고 선거초반 대세몰이를 이어갔다. 이 후보는 공식선거운동 첫날인 27일 오전 서울역 광장에서 대규모 장외 유세를 마친 후 KTX편으로 대전 으능정이 거리, 대구 칠성시장을 지나 부산역 광장까지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며 기선제압에 나섰다.

    이날 이 후보의 키워드는 역시 '경제'였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9시경 자택을 떠나 서울 지하철 1호선 종각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서울역으로 향했다. 이 후보는 시민들과 만나 간단한 인사를 나누면서 "경제에서 출발하겠다"는 말로 정권교체를 위한 시작을 알렸다. 하루만에 전국을 종단한 이 후보의 첫날 유세 이모저모를 정리했다.

    ◆ 10:00 서울역광장 = 이 후보가 도착하기 전인 9시경. 쌀쌀한 날씨 속에도 1만여명의 시민들이 서울역 광장에 운집했다. 이들은 '경제대통령 MB짱' ;국민후보 이명박, 대한민국 희망을 만들어주세요' 등 문구를 새겨 직접 만든 플래카드와 피켓을 들고 나와 응원했다.

    이 후보는 한나라당을 상징하는 푸른색 목도리와 하늘색 티셔츠 등 가벼운 옷차림으로 등장해 "서울에서 시작해 전국에 정권교체의 불길이 솟아오르게 하자"면서 "국민 여러분은 절대적 지지로 전국에 정권교체의 불길을 살려주시고, 나는 경제를 살리겠다"고 강조했다.

    첫 장외집회였으므로 지원사격도 대규모였다. 잠시 정치 활동을 뒤로 했던 이재오 의원은 전날 대운하탐사를 마치고 돌아와 이날 집회에서는 연사로 활약했으며, 대부분의 서울시 당협위원장들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유남규 현정화 장재근 이원희 등 스포츠스타와 이상용 백일섭 이정길 김영배 김한국 등 연예인들도 이 후보 지지에 열을 올렸다. 서울역 유세는 와이브로 기술을 통해 전국에 생중계됐다.

    ◆ 13:00 대전 으능정이 거리 = 자동차없는 거리인 으능정이 거리는 한나라당 유세가 본격 시작되자마자 지나다니는 것조차 불편할 정도의 인파가 들어섰다. 대전시당 추산 8000여명의 청중이 거리를 가득 메운 것. 12시 20분경 대전에 도착해 인근 중앙시장에서 간단히 점심식사를 마친 이 후보는 시민들의 환호에 손 흔들어 답례하며 무대에 올랐다.

    국민승리연합측이 "무너진 경제를 일으켜 세워달라"는 뜻의 '경제오똑이'를 김진홍 상임위원장을 통해 이 후보에게 전달했고 대전에서 합류한 강재섭 대표와 함께 손을 맞잡고 '경제살리기'를 다짐했다. 이 지역을 대표하는 강창희 전 최고위원은 "이제 머뭇거리지 말자. 유언비어에 속고, 네거티브에 현혹되고, 사탕발림에 솔깃해하지 말고 기호 2번 이 후보를 당선시켜 이 나라를 살리자"고 역설했다.

    강재섭 대표는 여권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전날 대통합민주신당 김근태 선대위원장의 '국민 노망' 발언을 집중 공격하면서 "자기들 지지율이 10%대라면서 국민을 노망들었다고 했다. 그 사람들이 노망든 것 아니냐"며 "그 당 후보는 노인들에게 집에 가라던 사람"이라고 날을 세웠다. 강 대표는 "정말 노망든 후보와 노망든 정당을 이번에 물리치자"고 소리높였다.

    ◆ 15:50 대구 칠성시장 = 대구가 한나라당의 본산임을 동대구역에 몰려든 인파가 입증했다. 두번째 KTX를 이용해 동대구역에 도착한 이 후보를 보려고 모인 지지자 수백여명은 플랫폼부터 개찰구를 넘어 역사 앞 도로까지 양쪽으로 길게 도열해 박수를 치며 뜨겁게 맞이했다. 이 후보도 유세에서 "나는 경북 포항이 고향이고, 어머니는 대구 반야월이다. 또 집사람은 대구 수성초등학교를 나왔다고 폼 잡는다"며 TK출신임을 부각했다

    "유인촌이다". 서울역광장과 대전 으능정이거리와 달리 차들이 다니는 사거리에 마련된 유세장소인 탓에 초반은 다소 산만한 분위기. 이를 정리한 것은 이날 오전 유세부터 이 후보와 일정을 함께하며 사회를 맡아온 유인촌 유시어터 대표였다. 유 대표는 "이번에는 몇번?" "대통령은 누구?"라고 질문을 던지며 "2번" "이명박"이라고 외치는 청중들에게 이 후보를 거창하게 등장시켰다.

    이달 30일 이후 유세전에 본격 지원할 뜻을 밝힌 박근혜 전 대표를 환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박종근 대구시당위원장은 "이 후보가 돼야만 지역경제가 살아난다"고 이 후보 지지를 당부한 뒤 "기쁜 소식이 있다. 30일부터는 박 전 대표가 전국유세에 나선다. 박 전 대표, 이 후보, 한나라당, 국민이 바라는 길은 모두 다 똑같다"고 강조했다. 이 지역출신 강 대표는 "10년간 야당도시였다. 이번에 잘 찍어 본전찾자"며 지역정서에 호소했다.

    ◆ 18:30 부산역광장 = "이번에는 우짜든동 2번입니데이(무조건 2번입니다)" 이 후보가 도착할 즈음 부산역은 그야말로 축제분위기였다. 도착장의 환영 인파에 놀란 것도 잠시, 부산역 광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은 떠나갈 듯 '이명박'을 연호하며 댄스팀이 율동에 맞춰 흥을 돋우고 있었다. 추산인원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1만명은 훌쩍 넘을 것으로 짐작됐다.

    유행가 가사처럼 '서울, 대전, 대구, 부산 찍은' 이 후보는 지칠 법도 했지만, 그를 맞이해주는 열기에 힘을 얻은 듯 무대에 올라 양손으로 'V'자를 그리며 율동을 선보였다. 이 후보는 "대한민국 7·4·7(7%경제성장률, 개인소득 4만달러, 세계 7대경제강국)'을 위해서는 부산이 일어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계천 복원사업 당시 극렬한 반대시위를 주도했던 청계천상인연합회 정석연씨는 이날 특별연사로서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는 "그때 복원사업을 막기 위해 서울시청을 폭파시키겠다고 가스통을 들고 갔던 사람이 바로 나"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그러나 약속을 지키고, 실천해 내는 열정에 감동할 수밖에 없었다. 청계천 상인이 이 후보를 보증한다"며 지지를 당부해 박수를 받았다.

    이어 이 후보는 부산국제영화제 거리로 이동해 지역 인사들과 함께 설렁탕으로 저녁식사를 해결한 뒤 김포행 마지막 비행기편으로 상경했다.

    공식선거운동 개시일에 대한 이 후보측의 평가는 "열기 확인"으로 정리됐다. 경선 당시 공보특보를 담당했던 조해진 공보팀장은 "특히 '한반도 종단'이라는 차별화된 유세전략이 돋보였다"고 자평했다. 조 특보는 "전국 여러곳을 하루에 돌아보면서 이 후보에 대한 지역별 편차가 거의 없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서울역 대전역 동대구역 부산역에서 봤듯이 시민들의 뜨거운 반응은 어느 경쟁후보도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또 "각 지역유세에서 보인 한나라당의 잘 준비된 선거시스템도 높은 점수를 받을만 했다"고 말했다.

    밤 10시가 지나서야 김포공항에 도착한 이 후보도 밝은 표정이었다. 먼저 공항 로비에 빠져나온 이 후보는 취재진을 기다렸다가 일일이 악수하고 격려하면서 '빡빡했던' 이날 일정을 마감했다. '푸른 색 목도리가 잘 어울린다'는 한 기자의 칭찬에 이 후보는 "그러냐"면서 여유를 나타냈다.[=대전·대구·부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