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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국 각지에서 들러오는 소리에서는 죄송한 얘기지만 '아무도 뛰지 않는다'는 하소연이다" 지난 19일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 대통령 후보가 자당 선거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당에 쏟아낸 불만이다.
정 후보는 소속 의원들이 참석하는 자당 회의 및 행사 때 마다 "문제는 (대선승리에 대한) 우리 자신의 확신이다. 지금 이명박 후보와 싸우는 게 아니라 내부에 있는 패배주의를 날려버리는 게 승리의 지름길"이라고 강조한다. 당 지도부와 선대위원장들 역시 같은 목소리를 낸다. 당 내부 상황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통합신당 내부를 들여다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는 것이 통합신당 측 설명이다. 지난 10월 15일 정 후보 선출 뒤 당은 10월 말까지 20%대에 진입한 뒤 늦어도 11월 중순까지는 정 후보의 지지율을 3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잡았고 '가능하다'는 기대를 했다. 범여권 단일화와 이 후보의 각종 의혹을 공격할 경우 지지율 격차는 좁혀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공식선거에 돌입한 27일까지 정 후보의 지지율은 10% 초반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조사에서는 10%를 가까스로 넘었던 경선 전 정 후보 지지율과 비슷한 수치가 나온다. 경선 이후 7~8%P 가량 하락한 것이다.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던 이회창 후보 변수는 오히려 정 후보를 코너로 몰았다.
더구나 이번 대선의 최대변수로 꼽히는 BBK 사건과 관련, 이 후보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크고, 이 후보의 자녀 위장취업 및 운전기사 위장취업 등 파괴력이 큰 의혹이 터졌음에도 이 후보의 지지율이 크게 하락하지 않고 있는 점은 통합신당을 답답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이 후보에게서 빠진 지지층이 정 후보에게 이동하지 않는 점은 가장 큰 고민이다. 통합신당은 그동안 이 후보의 지지층 중 상당수가 범여권에서 빠져나간 지지층으로 자당 후보가 선출 된 뒤에는 이 후보에게 이동했던 지지층이 다시 자신들에게 이동할 것이란 주장을 펼쳐왔다. 그러나 이 후보는 물론 정 후보의 지지율도 하락했고 빠져나간 지지층은 부동층에 유입된 상태다.
이런 상황이 답답한 나머지 공동선대위원장들 입에선 "국민이 노망든 게 아닌가"(김근태) "정말 이상한 나라가 됐다"(손학규)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도 가짜" 등 막말 수준의 발언까지 나왔다. 그래서 최근까지 당내에서는 대안후보를 찾는 움직임도 있었다. 중도하차했던 고건 전 국무총리의 출마설이 흘러나왔고 '중진 일부와 386 의원들이 낮에는 정 후보 일을 돕고 밤에는 대안후보를 찾으러 동분서주한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최근 정 후보 캠프에 합류한 모 관계자는 "뛰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뛰는 의원은 141명 중 5명이라고 한다"며 개탄했다. 통합신당 내부에는 당 중진 의원들과 386 의원들에 대한 불만도 큰 상황이다. 전면에서 선거를 진두지휘해야 할 이들이 움직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당내에서는 "중진들 뭣 하는 것이냐" "386 의원들 다 똑같다"는 등의 불만이 쏟아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