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준영 전 경찰청장이 곧 출간할 자서전에서 자신이 직접 경험한 청와대 386들의 행태에 대해 “대통령 취임 직후 (386들의) 반주는 으레 소주였고 양주 얘기 꺼내면 몰매 맞을 것 같은 분위기였지만 몇 달도 안 돼 양주가 등장하고 식사 때 1인당 10만원이 넘는 고급 호텔이나 레스토랑을 거리낌없이 드나드는 것을 목격했다”고 썼다. 허 전 청장은 정권 출범 당시 정무수석실 치안비서관을 지냈다. 같이 일한 나머지 5명의 비서관은 모두 운동권 출신이었다. 그는 2005년 시위 농민 사망사건으로 청와대와 갈등 끝에 경찰청장에서 물러났다.

    허 전 청장의 목격담이 아니더라도 대통령 취임 두 달 만에 대통령 집무실 문고리를 잡고 있다는 양길승 제1부속실장이 청주에서 향응을 받다 들통났고, 다시 한 달 후인 현충일에는 청와대 386 비서관·행정관 등 9명이 가족 동반으로 소방 헬기를 타고 새만금 소풍을 나섰다. 대통령 집사라는 최도술씨는 대통령 취임도 전에 기업으로부터 11억원을 받았다.

    이들이 ‘배고픈 운동권’에서 ‘배부른 기득권’으로 바뀌는 데는 몇 달밖에 걸리지 않았다. 궁금한 것은 그 빠른 타락이 과연 중간에 멈췄겠느냐는 것이다. 2006년 ‘리틀 노무현’으로 불리던 정윤재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사실상 세무조사 브로커 노릇을 했다. 이런데도 ‘배부른 기득권’ 행태가 중간에 멈췄다고 한다면 도리어 이상한 일이다.

    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386들 중에는) 이광재 의원처럼 삼성에 쉽게 포섭된 사람들이 많다”며 “삼성과 재경부의 로비와 압력은 대부분 386들을 통해 들어온다”고 털어놨다. 정보망이 사통팔달인 대기업들이 대통령이 同志동지라고 부르는 386들이 나라의 실세라는 사실, 그리고 만사는 이들의 고갯짓에 달렸다는 사실을 그냥 흘려 보냈을 리가 만무하다. 실제 이용철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이 삼성으로부터 100만원짜리 현금 다발 5개를 배달받은 것이 정권 출범 1년도 안 된 2004년 1월이었다. 이런 실례들을 보면 이 정권 5년 동안 청와대 386 실세들과 재벌들 간에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를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허 전 청장은 “청와대 386 참모들은 밤늦게까지 토론했다며 다음날 한낮까지 잠을 자거나 공식 석상에서 정무수석을 ‘형’이라고 불렀다”며 “심지어 장·차관과 약속해놓고 전날 술을 많이 마셨다며 취소하기도 했다”고 썼다. 한때 청와대 5급 이상 직원 84%가 386이었다. 핵심 실무 요직이 대부분 386 운동권 선·후배로 채워졌고 지금도 별반 다를 게 없다. 지난 5년간 청와대 꼴이 이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