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22일 사설 '노 대통령, 북한 동포 참상 덮고 정치 쇼 하려 말라'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정부가 21일 있은 유엔 총회 북한 인권결의안 표결에서 기권했다. 이 결의안은 찬성 97개국, 반대 23개국, 기권 60개국으로 통과됐다. 정부는 유엔의 북한 인권 결의안 표결에서 2003년엔 불참, 2004년과 2005년엔 기권, 2006년엔 찬성했다가 올해 다시 기권했다. 다른 문제도 아닌 인류 보편의 인권 문제에서, 그것도 제 동포들이 당하고 있는 참상을 놓고서 이렇게 아무런 원칙도 없이 오락가락했다.

    이 정권은 작년에 북한 인권 결의안에 찬성하고서도 장관들이 나서서 “북한이 핵실험을 해서 찬성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당선돼서 찬성했다”고 했었다. 대한민국은 제 동포의 인권 문제를 놓고서도 원칙을 팽개치고 시류에 따라 거래를 하는 나라라고 실토한 셈이다. 결국 1년 만에 다시 180도 돌아서 기권하면서 무원칙의 나라 대한민국의 치부를 다 드러내 보였다.

    당초 외교부는 외교정책의 일관성과 인권 문제의 보편성을 들어 찬성하자고 주장했으나, 노무현 대통령이 기권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청와대는 “노 대통령 지시는 최근 남북관계의 진전 상황을 고려한 것”이라고 했다. 노 대통령 식이면 남북관계가 진전되면 될수록 북한 동포의 인권은 점점 더 시들어 갈 수밖에 없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남북정상회담 선언문의 내부 문제 불간섭 조항도 결국 이런 노림수였던 셈이다.

    1970년대 동독도 소련도 인권 문제 제기를 싫어했다. 당시 서방에도 노 대통령 같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나 꾸준히 문제를 제기하는 가운데 처음에 격렬히 반발하던 동구도 차츰 인권 문제는 서방측의 양보할 수 없는 의제라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우리 정부가 이런 원칙을 지켰더라면 지금쯤 북한 인권 문제는 최소한 형식적으로라도 남북대화 상설 의제의 자리에는 올라 섰을 것이다. 우리에게 그만한 지렛대가 없는 것도 아니다.

    지금 노 대통령은 ‘내년 2월 25일 임기 마지막 날까지 내 마음대로 할 것 다 하겠다’는 오기로 차 있다고 한다. 이제 현실적으로 대통령이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는 분야는 외교 정책밖에 없다. 노 대통령의 최근 관심사는 내년 1월이나 2월에라도 남·북·미·중 정상회담 쇼를 해보겠다는 것에 쏠려 있다고 한다. 우선 미국부터가 콧방귀도 뀌지 않는데도 노 대통령은 싱가포르에서 열리고 있는 아세안+3 회의에서도 이 문제에만 정신이 쏠려 있었다. 얼마 전 남북총리회담에서 다 읽기에도 숨이 찰 정도의 대북지원을 무더기로 약속한 것도 그 분위기 조성의 일환일 것이다. 이런 노 대통령이 김정일의 심기를 건드릴 북한 인권결의안에 찬성할 리는 애당초 없었다. 임기 말 외교 쇼에만 정신이 팔린 대통령에게 북한 주민의 참상이나 외교 정책의 일관성 따위가 눈에 들어올 리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