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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1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BBK 의혹 사건’ 주범 김경준씨가 한국으로 송환돼 검찰 수사를 받은 지 5일이 지났다. 김씨를 매일 불러 조사하고 있는 검찰은 수사 진행 상황을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다. 검찰에서 조사받고 나온 사람들을 통해 김씨가 ‘BBK가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것임을 입증하는 자료’라며 이른바 ‘이면계약서’를 검찰에 냈다는 사실만 확인됐다. 검찰은 김씨가 낸 서류의 위조 여부를 밝히는 데 시간이 부족하다고 한다. 이러니 뭐가 진실이고 거짓인지 아직은 오리무중이다. 20일엔 김씨의 변호사가 “금융조세 사건인 줄 알았는데, (정치적 갈등이) 이 정도까지인 줄 몰랐고, 도저히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변호를 그만두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 와중에 이번에는 김씨의 누나인 미국 변호사 에리카 김이 “21일 오전(한국 시각) 기자회견을 열어 이 후보와 BBK 간의 3대 의혹에 대한 진실을 밝히겠다”고 예고했다. 그는 이른바 ‘이면계약서’도 공개할 것이라고 한다. 에리카 김은 남동생의 위조·사기·횡령 사건에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어 국내에 들어오면 당장 검찰에 불려 들어갈 처지이다. 그는 미국에서도 다른 사건과 관련해 공문서 조작과 허위 진술 등의 혐의로 기소돼 스스로 유죄를 인정하고 형량 확정만 기다리고 있기도 하다.
어쩌다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가 이런 남매의 손에 놀아나게 됐는지 기가 막힐 따름이다. 그래도 이런 사태를 자초한 한나라당 이 후보나, 다른 것 다 팽개치고 오로지 김경준에 올인하는 여권이나 근거 없는 정치적 주장들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쏟아내고 있다. 신당은 미리부터 “검찰은 에리카 김의 발언을 수사해 진위를 가리라”고 나섰고, 한나라당은 “위조 전문 남매의 역할 분담과 정치공작”이라며 방어막부터 쳤다.
오늘로 대선 후보 등록이 4일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모든 정당, 모든 대선 후보들이 사실상 선거 운동을 접고 사기·횡령범의 입만 바라보고 있는 처지다. 이제 이 난장판에 앞으로 같은 혐의의 누나까지 가세할 모양이다. 후진국 중 후진국의 대선도 이러지는 않을 것이다. 앞으로 남은 기간도 지금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는 않을 것이다. 답답할 따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