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마 민란이 일어날 정도로 국가적 대혼란이 초래될 것이다"(안상수 원내대표. 9일 주요당직자회의)

    "불순한 문제가 생기면 수천, 수만, 수십만의 국민적 여러가지 방법을 동원해 저지하고 전국적으로 민란수준의 강한 경고 메시지를 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이방호 사무총장. 13일 원내대책회의)

    BBK 사건의 핵심인물인 김경준씨 귀국이 임박하면서 한나라당이 검찰에 보낸 경고 메시지다.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유력 대선후보 관련 수사인 만큼 검찰이 어느 때 보다 공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해야 한다는 점은 대다수가 공감할 것이다. 선거 막바지 검찰의 손에 BBK 사건이 쥐어지는 것을 지켜보는 한나라당의 초조한 심경도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김대업이라는 한 사기꾼의 거짓말에 2002년 대선을 놓친 뼈아픈 경험이 있으니 김씨 귀국과 향후 진행될 검찰수사에 한나라당이 촉각을 세우는 일은 당연할 수 있다. 그렇다 해도 당 지도부의 이 같은 발언은 쉽게 공감하기 힘들다. "민란"이란 표현까지 쓴 것은 사실상 검찰 협박이나 다름없는 발언이다.

    그동안 한나라당은 현 정부의 비리 관련 검찰수사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에 '검찰 협박' '수사가이드 라인 제시'라며 맹비난해왔다. 그래왔던 한나라당 스스로 검찰수사에 협박을 하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 더구나 BBK 사건은 국민 절반 이상이 이명박 후보에 대한 의혹을 갖고 있는 문제다. 겉으론 손사래를 치지만 한나라당의 속내는 수사 유보나 다름없다.

    클린정치위원장을 맡고 있는 홍준표 의원은 15일 브리핑에서 검찰수사의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했다. 수사절차가 어떻게 진행되는가를 설명하겠다고 했는데 "현재 검찰은 2002년 검찰처럼 정치검찰은 안되리라고 확신한다"면서 수사를 앞둔 검찰을 압박했다. 또 이명박 후보는 김경준과의 단순 동업자일 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이 후보의 관련성을 부인하고자 했던 것인데 이는 지금껏 이 후보가 피해자라던 주장도 뒤집은 것이다.

    브리핑을 지켜본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 최재천 대변인은 "한나라당식 논법대로라면 정치검찰화를 부추기는 것은 바로 한나라당"이라며 "대선이 눈앞에 있다는 이유로, 자기 당 후보가 연루됐다는 이유로 수사권발동을 중지하고 연기하라는 것인데 지극히 반민주적 행태"라고 비판했다. 그는 "홍준표 의원의 말을 들으면 검찰총장이나 수사지휘권 라인 안에 있는 분 아닌가 싶다"면서 "수사의 스케줄 설명은 이해하지만 홍 의원의 대부분 발언은 검찰수사 지휘계통에 있는 것처럼 협박과 수사가이드라인 제시로 들린다"고 지적했다.

    "민란"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통합신당은"한 번도 아니고 반복적으로 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발언을 하는 것은 형법상에 법률적인 문제가 되는지 검토를 해보겠다"(최재성 원내대변인)고 했다. 김효석 원내대표는 14일 원내대표단 회의에서 "참 소름끼치는 발언"이라고 비판했고 최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어떤 공포정치를 하게 될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박용진 대변인도 전날 브리핑에서 "검찰에 제대로 수사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것인데 '법질서를 무너뜨리면 좌시하지 않겠다'는 이회창 후보의 발언이 집회를 자주하는 민노당을 향한 발언인가 했는데 한나라당을 두고 한 발언이었다"고 비꼰 뒤 "민란을 주도하겠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우습다. (한나라당이) 민란을 선동하고 나서더라도 국민들은 먹고살기 바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