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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15일 이뤄질 김경준의 한국송환을 앞두고 한나라당이 분주하다. 표면적으로는 "BBK 사건은 김경준 개인의 자금횡령건"이라며 "검찰수사, 금융감독원 조사에서 이명박 대선후보와 전혀 관계없다는 결론이 내려진 사안"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지만, 김경준을 통한 '여론재판'을 노릴 것으로 예상되는 여권의 공세 대비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나라당 클린정치위원회(홍준표 위원장)은 14일 '잊지말자, 김대업! 속지말자, 김경준!'이라는 제목의 문답집을 내고 "대한민국의 미래가 사기꾼 김경준의 입에 놀아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문답집에는 김경준이 여권과 서류위조 26건, 유령회사 20여개를 설립하고 384억원의 회사자금을 횡령한 국제사기꾼임을 알리고, 이 후보와의 관련 의혹이 정치공작임을 선전하는데 주력했다.
자료에 따르면 "미국법원은 김경준의 말과 법원제출 서류가 모두 거짓이며, 회사직원도 모두 김경준이 사기꾼이라는 증언을 확인한 뒤, 김경준이 범죄자임을 인정했다"면서 "최고 무기징역도 가능한 국내 처벌을 겁내, 지금까지 한국 송환을 피하려고 3년 넘게 발버둥쳐온 김경준이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돌아오는 꿍꿍이는 뻔하다"며 공작정치를 경계했다.
한나라당은 '김경준의 입'에 국내 여론이 휘둘리지않을 지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반박논리를 전파하는 가 하면, '김경준=제 2의 김대업'을 상기시켜 정권차원의 공세에도 대비하고 있다. 아울러 검찰의 엄정 수사를 강력히 촉구함으로써 대선개입 논란을 차단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클린정치위원회에 영입된 고승덕 변호사는 최근 지역 당협위원장들이 모인 자리에서 "결론은 전혀 꺼리낄 게 없다는 것"이라며 자신을 나타냈다. 그는 자신이 금융관계법, 한국법률, 미국법률을 다 알기 때문에 이같이 확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 변호사는 "언론에서 자꾸 문서나 자료를 새로운 것처럼 제시하면서 이 후보와 관련 의혹을 지적하지만, 대부분 김경준이 만든 조작"이라며 "이걸 갖고 이 후보가 왜 몰랐느냐고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며 김경준이 만든 자료 역시 들여다보면 엉터리임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고 변호사는 또 "정치권에 와서 보니 국민들은 불확실한 것을 싫어하고, 경제인들도 불확실한 것을 싫어하는데 정치인들은 묘하다"면서 "불확실한 것을 이용해 먹고사는 사람이 있다. 정치의 비애를 느낀다"고 토로했다. 그는 "진실을 규명하기보다 불확실한 것을 이용해 자기 목표를 달성하려는 사람이 있다는게 안타까운 부분이다"고 덧붙였다.
한나라당은 "여권 후보는 사라지고 김경준의 입에만 매달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스스로 정권재창출 동력을 잃어버린 여권이 국제사기꾼 김경준의 입에 편승해 대선에서 부당한 이득을 꾀하려한다고 비난하면서, 지난 2002년 김대업의 병풍사건에 빗대 국민여론을 환기시키고자하는 것이다. 차명진 의원은 '여당후보 실종사건'이라는 만평에서 비행기에서 내리는 김경준이 "신당후보가 바뀌었나?"라고 의문을 던지는 장면을 묘사했다. 차 의원은 "신당의원들도, 언론도 자나깨나 김경준만 외친다"면서 "여의도에서 정동영 후보가 사라졌다. 이러다 정말 여당후보가 교체되는 게 아닐까"라고 비꼬았다.
당 지도부와 법률전문가가 모여 김경준 국내송환에 대한 기본전략을 별도로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2일 이 후보와 박희태 전 국회부의장, 안상수 원내대표, 홍준표 클린정치위원장 등이 서울 시내 모처에 모여 심야 대책회의를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는 김경준의 호송절차가 '이벤트'로 흐르거나, 김경준의 일방적 진술이 언론에 그대로 보도되는 등 검찰 수사가 형평성을 잃을 경우 강력 대응하기로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부의장은 경선 당시에도 "내가 샅샅이 살펴봤지만, 한점 걸릴 것이 없었다"며 BBK 의혹을 부인했다. '모래시계 검사' 홍 의원역시 지역필승결의대회격인 국민성공대장정을 통해 전국을 순회하면서 BBK공세 차단에 앞장서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