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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이 민주당과의 합당 선언 하루 만에 재협상 방침을 밝혔다. 오충일 대표는 13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날 4인 회동 결과에 대해 "정치적 선언으로 받아들이고 통합의 조건에 관해서는 통합협상위원회를 구성해 다시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정동영 후보와도 의결조율을 했다고 한다.
이런 내용을 밝히자 취재진들은 "합의파기 아니냐"고 물었고 이에 오 대표는 "4인 회동 결과를 정치적 선언으로 지지한다고 했다. 그것을 거꾸로 파기한다는 것은 무슨 말법인지 모르겠다"며 반박했다. 그러나 오 대표가 이날 밝힌 내용은 사실상 합의파기나 다름없다. 전날 합의한 내용을 다시 협상테이블에 올려놓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오 대표는 '각종 의결기구를 동수로 구성하고 전당대회를 6월에 치른다는 것이 가장 문제인 것 같은데 그 부분에 대해 재협상이 가능한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런 것을 포함해 협상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이고 예단할 것은 아니지만 어제 나온 것들을 포함해 모든 것을 논의한다고 이해하면 된다"고 답했다.
전날 합의문을 "정치적 선언"이라고 선을 그은 점도 합의파기쪽에 무게를 싣는다. '조건이 들어간 공동선언문에 오 대표가 직접 사인을 했는데 사인한 문서에 효력이 없다는 것 아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오 대표는 "지금 예단할 수 있는 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협상단이 구성되고 나면 그쪽(민주당)이나 우리나 당안에 여론이 있기에 그런 것도 포함해서 논의가 있을 것이다. (협상을) 해봐야 안다"고 설명했다. '사인한 부분도 논의하는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오 대표는 "논의할 것은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도 했다.
'그럴 거면 사인은 왜 했느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그러자 오 대표는 "그런 정도의 협상을 해 보자는 것이었다. 정치적 선언이란 말이 그런 말이다. 그렇게 이해하시면 된다"면서 간담회를 마무리 하려 했다. 합의한 전날 협상에 대해 "그런 정도의 협상을 해보자는 것"이란 오 대표의 발언은 결국 합의를 뒤집은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합당시기를 19일로 못 박은 합의내용 역시 지켜질 수 있을지 미지수다. 오 대표는 '통합시한은 유효한가'라는 질문에 "그 시간에 맞춘다는 것은 문제고 그때까지 돼야 한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시한도 연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언론에 이 같은 사항을 발표하면서 민주당과의 사전조율도 없었다고 한다. 오 대표는 '민주당과는 합의가 됐느냐'고 묻자 "금방 말했잖아요. 아직은 모르죠"라고 했다.
통합신당이 하루 만에 합당선언을 뒤집은 것은 민주당과의 합당선언에 대한 당내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정동영계 일부를 제외한 당내 모든 계파가 민주당과의 합당에 불만을 쏟고있다. 반발의 표면적 이유로 이들은 "원칙을 포기한 합당"이라 주장하고 있지만 속내는 대선 뒤 있을 총선에서의 지분문제가 크다. 8석에 불과한 민주당에 지분 50%를 넘겼기 때문이다.
지금도 통합신당 내에서는 총선지분을 둘러싼 각 계파간의 물밑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통합신당의 경우 기존 열린우리당 세력에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 시민사회세력이 합쳐 복잡하게 얽혀있는 만큼 대선 뒤 있을 총선 공천문제를 두고 교통정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경선에서 패배한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와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당무에 적극 개입하고 있는 것도 총선에서의 지분확보 측면이 강하다. 민주당에 당 지분 50%를 떼어줄 경우 지금의 통합신당 내 상당수 의원들은 총선 공천이 힘들 수밖에 없다. 합당 하루 만에 당내에서는 '합당이 물 건너 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