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이회창 후보의 등장으로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 후보의 지지율이 떨어졌을까. 통합신당 일부 의원들은 이런 질문을 받으면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못한다. 이념성향도 분명히 다르고 지지층도 확연히 갈리는 두 사람인데 정 후보의 지지율 하락은 쉽게 납득하기 힘들다.

    통합신당의 한 초선 의원은 "우리 쪽에 실망한 일부가 이동한 것 같다"고 했지만 설득력 있는 설명은 아니다. 이 후보 출마로 대선정국이 요동친 지 이틀이 지났다. 그런데 처음 정 후보의 지지율 하락 원인을 답하던 통합신당 측의 입장에서 변화가 생겼다. 통합신당은 정 후보의 지지율 하락 이유를 '이회창 출마'가 아닌 노무현 대통령 탓이란 분석을 내놨다.

    노 대통령이 정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는 듯 한 발언이 언론을 통해 여론에 전달되면서 정 후보의 상승세가 꺾이고 하락세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청와대 홍보수석실을 통해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 지원설을 "잘 모른다"는 말로 일축했다. 자연스레 노심이 정 후보에게 이동했다는 해석이 달렸다.

    그 뒤 노 대통령의 최측근인 문재인 청와대 비서실장이 지난 3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솔직히 정 후보의 당선을 바란다"고 말하며 사실상 노 대통령이 정 후보를 지원설을 확인 시켰다. 문제는 이 발언이 정 후보에게 마이너스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통합신당 측에선 "이회창씨 출마 이후 정 후보의 지지율이 3% 떨어졌다"고 했다. 지지율 하락원인을 분석한 통합신당은 최근 들어 정 후보의 지지율 하락 원인이 '이회창 출마'가 아닌 노 대통령의 정 후보 지원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라고 설명했다.

    통합신당 측 한 핵심관계자는 "문재인 비서실장의 발언이 나오고 3%가 떨어졌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때문에 "노 대통령은 움직이지 않는 게 낫다"면서 지금의 노 대통령 침묵을 반겼다. 노 대통령은 보름째 정치현안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지지층 결집을 위해 노 대통령의 지원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2002년 대선에서) 노 대통령을 지지하던 중도실용주의자들 관점에서 봐야 한다"며 "노 대통령에게 실망한 이들은 지금 노 대통령이 움직이면 더 달아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청와대가 개입해서는 될 일도 안 된다"고도 했다. 

    하지만 반론도 공존한다. 범여권의 후보단일화, BBK 사건의 핵심인물인 김경준씨 귀국 등으로 대선판세가 다시 요동칠 시점에서 노 대통령을 적절한 타이밍에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당내에서도 노 대통령이 대선정국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시점을 찾아 카드를 던질 것이라 관측한다. 정 후보를 띄우는 방법이 맞을지, 아니면 이명박 이회창 두 후보 중 어느 특정후보를 공격하는 것이 더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서도 계산중이라는 설도 있다. 당 관계자는 "노 대통령을 괜히 정치 10단이라고 부르겠느냐"며 막판 노 대통령의 역할을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