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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언론사의 여론조사를 접한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 관계자들 입에선 "답답하다"는 말이 나왔다. 한 관계자는 "'답답하다'는 말이 입버릇이 된 것 같다"고도 했다.
이날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정동영 후보의 지지율은 하락했다. 이회창 전 총재가 조사대상에 포함 된 뒤 정 후보의 지지율은 하락세다. 순위도 3위로 밀렸다. "이회창 전 총재가 만약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출마를 하면 지금 지지율은 쭉 빠질 것"(손학규 전 경기도지사. 5일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이란 기대를 하고 있지만 이 전 총재 출마로 부동층마저 급격히 줄어 정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할 공간은 더 좁아졌다.
한겨레신문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 후보의 지지율은 16%로 지난달 19일 발표된 조사 때 보다 3%P 떨어졌으며 27일 발표된 조 사 보다도 0.1%P 하락한 수치다. 더구나 이 전 총재가 조사대상에 포함되면서 부동층도 급격히 줄어 정 후보 측의 고민은 더 커졌다. 이날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무응답층은 7%에 그쳤다. 정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할 수 있는 공간이 그만큼 좁아졌다는 것이다.
'이회창 출마'로 이 후보 독주체제의 대선구도를 흔들어 기회를 잡아보겠다던 통합신당의 계획은 현재로선 물거품이 된 셈이다. 당 관계자는 "이회창으로 이명박을 끌어내려 판을 뒤집겠다는 것은 어차피 한계가 있다"면서 "이 전 총재가 출마해 지금과 같은 지지율을 유지하거나 지지율에 변동이 있다 해도 정 후보가 지지율을 끌어올릴 공간이 만들어지긴 어려울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정말 획기적인 정책을 내놓지 않는 한 힘들지 않겠느냐"고도 했다.
이런 정 후보의 지지율을 바라보는 통합신당 관계자들은 답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 후보 측은 이 전 총재 출마를 전제로 대선 전략을 급히 수정했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와 이회창 전 총재를 각각 '경제부패' '정치.선거부패'로 몰아 이번 대선을 '부패 대 반부패' 대결구도로 몰아가겠다는 판단인데 당내, 특히 경선에서 손학규 이해찬 후보를 지원했던 관계자들 입에선 '박스떼기' 등의 신조어를 만든 정 후보가 이런 구도를 만들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목소리부터 나온다.
표면적으로는 경선 직후 빠른 속도로 경쟁 후보를 껴안으면서 당내 화합을 이뤄놓은 듯 하지만 속사정은 다르다고 한다. 정 후보 측 핵심 의원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시선을 총선에 돌리고 있고 이미 총선 준비를 하고 있는 의원들이 상당수 라는게 당 관계자의 전언이다. 당내 기반이 없던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 조직의 경우 와해된 상황이지만 이해찬 전 국무총리 측 조직은 여전히 독자적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당 관계자는 "대선 이후를 겨냥한 움직임"이라고 했다.
정 후보 측의 더 큰 고민은 이 전 총재 출마 이후 자칫 군소후보로 전락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다. 이번 주 이 전 총재의 출마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정 후보는 언론노출이 힘들 수 있다는 것인데 주요 언론사 취재진들도 "이번 주는 정 후보 기사가 원고지 5매 이상 나가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