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의 지지율을 보면서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은 여러 고민을 하고있다. 당직자들 입에서 "이쯤 되면…" "이정도 했으면…" "이만큼이나 나왔는데…"라는 말이 나올법하다.

    자당의 정동영 후보 지지율 상승이 급선무지만 현재의 대선구도에서 정 후보 지지율이 상승하려면 이 후보의 지지율을 빼앗아 와야 하는 상황이다. 결국 이 후보의 지지율을 떨어뜨리는 게 제1과제다. 통합신당은 지난달 15일 후보 선출 뒤 이 후보에게 파상공세를 펼쳤다. 제기된 의혹들을 다 들춰보기도 했고, 이 후보의 그간 말실수를 꺼내 '대통령 후보 자질'을 문제 삼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 후보의 지지율은 요지부동이다. 그래서 통합신당은 공격전술을 바꾸고 있다. 지난 한나라당 경선 당시 박근혜 전 대표 측이 사용하던 방법과 비슷한 점을 찾을 수 있다. 또 박 전 대표 측이 경선 당시 이 후보를 비판했던 논리를 도입하는 경우도 종종 있으며 지도부 회의에서는 박 전 대표가 자주 거명된다. 박 전 대표 측이 경선 당시 했던 발언을 인용하면 자당 지지층은 물론 한나라당 내 박 전 대표 지지층의 동요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한나라당의 역공에 "한나라당 경선에서 박 전 대표 측이 제기했던 것"이라며 반격도 가능하다. 

    이 때문에 BBK 주가조작 사건, 도곡동 땅 차명의혹, 경부운하 등에 대한 공격은 박 전 대표 측이 경선 당시 취했던 방법과 거의 흡사하다. 이런 의혹들을 꺼낼 때는 "한나라당 경선 과정에서 박 전 대표 측에서 제기했던 내용"이란 말을 덧붙이는 경우가 많다. 특히 오충일 대표는 박 전 대표를 자주 언급한다. 지난 10월 29일 첫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는 정 후보와 손학규 이해찬 공동선대위원장이 이 후보의 여러 의혹을 꺼내며 공격하자 이들의 말을 받아 "말을 아끼고 신중히 말하는 박근혜 후보께서 (오죽하면 경선) 마지막에 하다하다 (이 후보에게) '사퇴하십시오'라며 사퇴하라는 말을 했겠느냐. 이제와서 보니까 박 후보가 그래서 (이 후보에게) 사퇴를 말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도 했다.

    여러 의혹을 열거한 뒤 이 후보를 향해 "까도까도 나오는 게 다마네기 같다"고 한 오 대표의 발언 역시 한나라당 경선 과정에서 박 전 대표 측에서 나왔던 말이다. 최근에는 정 후보의 입에서도 박 전 대표가 경선 당시 구사했던 공격논리가 나온다. 지난달 30일 정 후보는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경밀레니엄 포럼'에 참석해 자신의 '경제 리더십론'을 설파했는데 이 자리에서 그는 "지난 30여년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경제를 잘한 지도자로 꼽히는 미국 레이건, 클린턴 대통령, 영국의 블레어 총리는 모두 정치인 출신이다. 경제인으로 (성공적인) 지도자가 된 사례는 많지 않다"고 주장했다. 정 후보는 이어 "(경제인 출신의) 이탈리아 베를루스코니 총리나 태국의 탁신 총리는 아이러니하게 모두 실패한 지도자였다. 한국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은 군인이었지만 경제에 대한 신념이 국민의 열망과 맞아떨어졌다"고도 했는데 이런 주장은 박 전 대표가 경선 당시 이 후보의 경제 이미지를 허물려고 사용했던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