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이 이회창 전 총재의 무소속 출마설로 어수선한 가운데, '적전분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 전 총재의 출마가능성을 낮게 점치면서도, 행여 이명박 대선후보의 지지율 고공행진에 이 전 총재 변수가 악영향을 주지않을까 고심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대통합민주신당과 국민중심당 등이 이 전 총재 출마설을 무기로 불안감을 조성, 지지율 반전의 틈새를 꾀하며 공세를 강화하자 조기 진화를 위한 노력도 엿보인다.

    한나라당 맹형규 의원은 29일 개인 논평을 내고 "이 전 총재가 무소속으로 출마해 한나라당이 분열될 것이라는 것은 한나라당 집권을 막으려는 자들의 요행심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맹 의원은 "이 전 총재가 실제 선거에 나와 지지층을 분열시키고, 그래서 한나라당이 집권하지 못하는 것은 신당이 꼽는 최고의 시나리오일 것"이라며 "이러한 판단을 이 전 총재가 내릴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라고 말했다.

    그는 "97년 이 전 총재 옆에서 보좌했으며, 2000년에는 비서실장으로 가까이서 모셔 그를 잘 알고 있다"면서 "원칙과 대의명분을 중시하는 이 전 총재의 출마설을 유포하는 것은 그 분을 욕되게 하는 일이며, 곧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는 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맹 의원은 "5년전 이 전 총재의 눈물을 기억하고 있다"며 "국민에 대한 죄스러움에 흘린 그 눈물이 헛되게 하지 않기 위해서는 당원과 국민이 선출한 이 후보를 중심으로 분열되지 않고, 정권교체를 향해 정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것이 이 전 총재의 진정한 속마음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중앙선대위 고문을 맡고 있는 박희태 전 국회부의장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이 전 총재는 국민의 뜻을 누구보다도 무게있고 받아들이는 분이고, 또 지금 우리 대다수 국민의 뜻이 무엇이라는 것을 깊이 통찰하고 계시리라 믿는다. 그러한 선상에서 행보를 하지 않겠나는 정도의 추측만 하고 있다"며 출마 가능성을 일축했다. 박 전 부의장은 또 이 전 총재의 출마설이 급부상한 이유로 "언론에서 키우는 면도 있지 않겠나"면서 "참말로 뜻밖"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명확한 불출마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이 전 총재를 직접 비난하는 주장도 거세지고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측근 박종웅 전 의원을 주축으로 한 민주연대 21은 이날 서울 남대문 시장 앞에서 규탄대회를 개최하고 "이 전 총재의 출마설은 국민의 기대를 정면으로 짓밟는 국민 배신행위이자 기만행위"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이 전 총재의 불투명한 태도는 분열공작을 일삼는 세력들에게 농락당하고 우롱당할 우려가 크며 결과적으로 좌파정권 연장의 하수인 역할을 하게 된다"며 "그럼에도 아무런 입장 표명없이 연일 사실상의 대선주자 행보를 보이며 급기야 금명간 출마선언설까지 나도는 것을 보고 이 전 총재의 인격과 소신에 대한 마지막 기대마저 저버리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끝내 역사의 죄인으로 전락하고 있는 이 전 총재의 분열책동을 규탄한다"고 소리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