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는 '새정치국민운동본부' 발대식이 열렸다.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 내 기구인데 휴대전화를 이용해 정동영 대통령 후보의 지지층을 넓히고 범여권 후보 단일화 작업 이전 정 후보의 지지율을 10%P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갖고 만들어진 기구다.

    이 기구의 고위직책을 맡은 관계자에게 '정 후보의 지지율을 올릴 수 있겠느냐'고 묻자 한숨부터 내쉬었다. 그러면서 "뭘 보여줘야 지지율이 오를 텐데…"라며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국민들의 이목을 끌 '정동영 상품'을 만들어야 하는데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2차 남북정상회담의 효과를 노려 대선구도를 '평화 대 반평화'구도로 만들기 위해 '개성동영'이란 캐치프레이즈를 만들었지만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경제'를 뛰어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이 후보의 경제관을 '정글 자본주의' '피도 눈물도 없는 불도저식 경제'로, 자신의 경제를 '차별 없는 성장'으로 규정짓고 이분법 전략을 쓰고 있지만 당내에서 조차 정 후보가 경제 이슈를 갖고 이 후보와 정면대결을 해서는 승산이 없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정 후보만의 차별화 된 이슈를 던져야 하는데 정 후보가 처한 상황은 녹록치 않다.

    가장 큰 고민은 노무현 대통령과의 관계설정이다. 정 후보가 자신의 주도로 이라크 자이툰 부대 주둔 연장에 반대 당론을 결정한 것도 노 대통령과 차별화를 꾀하기 위함이란 분석이 크다. 주둔연장을 반대가 노 대통령과 '다르다'는 점을 인식시키는 동시에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또 '정동영 색깔'을 형성할 수 있다는 효과도 노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더구나 '노무현 대 이명박'의 대선구도를 '정동영 대 이명박'의 일대일 구도로 바꾸기 위해서도 정 후보 입장에선  노 대통령과의 차별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정 후보의 입장에선 노 대통령의 개입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 후보는 노 대통령이 문국현 후보와의 연대설을 거부한 것에 대해 반색하면서도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친노진영이 문 후보로 이탈하는 것을 방지하는 동시에 정 후보에 힘이 급속히 증가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지만 노 대통령과 차별화 된 이미지를 형성하고 '정동영 상품'을 만드는 데는 노 대통령과의 관계회복이 마이너스로 작용될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가 경선 국면에서 비노 노선을 선택한 것도 노 대통령의 굴레를 벗어나지 않고서는 외연확대의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을 깬 이유와 자신을 당에서 쫓아낸 이유를 설명하라 요구하자 정 후보가 측근들에게 함구를 지시한 것도 정 후보 측의 이런 고민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더 이상 노 대통령에게 휘둘려서는 안 된다'것이 정 후보 측 판단인데 향후 있을 범여권 후보단일화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선 노 대통령의 지지 역시 필요한 상황이라 정 후보가 좀처럼 자신의 행보에 갈피를 못 잡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