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무소속 출마설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대선 정국을 뒤흔들고 있다. 출마여부에 대해 말을 아끼면서도 이 전 총재는 계속 집밖으로 나오고 있어 '출마설'에 계속 불을 지피고 있는 상황이다.

    출마여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 전 총재는 "나중에 얘기하자"며 답변을 피했다. 그래서 정치권에서는 이 전 총재가 일단 자신의 출마에 대한 여론의 동향을 살피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회창 출마설'은 이미 언론을 통해 여론에 깊숙이 전파된 상황이다. 25일 이 전 총재 출마에 대한 첫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는데 찬성 보다 반대 의견이 크게 높았다.

    특히 주목할 점은 한나라당 지지층 보다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 지지층에서 이 전 총재 출마에 대한 반대의견이 높아 이목을 끌었다. CBS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이 전 총재의 대선 출마에 '반대한다'는 응답은 52.2%로 과반을 넘었다. 그러나 두 번의 대선실패에도 불구하고 이 전 총재의 대선 출마에 '찬성한다'는 응답도 29.7%나 돼 만약 이 전 총재가 출마할 결행 할 경우 현 대선정국은 크게 흔들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모든 정파의 지지자들 사이에서 이 전 총재 출마에 대한 반대의견이 컸지만 한나라당 보다 통합신당 지지층에서 이 전 총재 출마 반대의견이 높아 눈길을 끌었다. 이 전 총재의 출마에 '반대한다'는 응답은 한나라당 지지층의 경우 53.4%였는데 통합신당 지지층에서는 57.0%로 반대의견이 3.6%P나 높았다. '찬성한다'는 응답 역시 통합신당(27.5%) 보다 한나라당(28.3%)에서 높았다.

    지역별로는 이 전 총재의 후보 추대모임까지 추진한 대전.충청지역(찬성42.9%, 반대 22.8%)에서 찬성 의견이 높았을 뿐 그 외 지역에서는 반대가 우세했다. 특히 인천.경기지역의 경우 66.1%가 이 전 총재의 대선 출마에 반대하는 것으로 조사됐고 전남.광주(57.2%>23.9%), 전북(52.8%>15.9%), 부산.경남(52.2%>36.1%), 서울(50.2%>35.0%) 지역 역시 반대응답이 높았다.

    성별로는 남성(58.7%)에서 상대적으로 반대의견이 높았고 연령별로는 30대(53.6%>36.0%), 20대(53.3%>26.2%), 40대(52.1%>32.1%), 50대 이상(50.6%>25.7%) 순으로 반대 의견이 많았다.

    대선후보의 지지율은 지난 주 조사 때와 큰 차이가 없었다. 25일 발표된 리얼미터와 조인스닷컴(중앙일보 인터넷판)의 조사결과에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두 조사 모두 지지율의 큰 변화는 없었다.

    먼저 리얼미터의 경우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약간 떨어졌지만 내림 폭이 작아 여전히 2위와의 격차를 30%P 이상 벌이며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이번 주 조사에서도 지지율을 끌어올린 정동영 통합신당 후보는 지난 주 보다 0.7%P 상승하는데 그쳤고 창조한국당(가칭) 문국현 후보와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 역시 지난 조사와 큰 차이가 없었다. 다만 민주당 이인제 후보는 지난 조사 보다 4.6%P나 하락해 권 후보에게 역전 당했다. 지지율은 이명박(50.1%), 정동영(17.9%), 문국현(12.0%), 권영길(3.1%), 이인제(3.0%) 순으로 나타났다.  

    정당지지율은 한나라당이 49.2%로 1위를 지켰으며 통합신당이 20.7%, 민노당 6.8%, 민주당 3.8%, 국민중심당 2.1% 순이었다. 이번 조사는 리얼미터가 지난 23~24일 양일간 전국의 19세 이상 성인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전화로 조사했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5%였다.

    조인스닷컴의 정기여론조사에서는 이 후보의 지지율이 소폭 오른 반면 정 후보의 상승세가 꺾였다. '바로 오늘이 차기 대통령 선거일이라면 누구를 뽑겠는가'라고 묻자 응답자의 51.9%가 이 후보를 선택해 1위를 지켰다. 이 후보의 지지율은 지난 조사 때 보다 1.7%P 상승했다. 그러나 정 후보의 지지율은 지난 조사 때 보다 0.6%P 떨어져 16.5%를 기록했다. 나머지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후보들의 지지율 역시 하락했다. 문 후보가 0.7%P 하락해 5.4%를 얻었고 권 후보 역시 1.0%P 떨어져 3.5%의 지지를 얻는데 그쳤다. 이인제 후보(3.0%)의 지지율도 1.1%P 내려갔다.

    이번 조사는 조인스닷컴이 매주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조사 방법을 통해 실시하고 있으며 오차 한계는 95% 신뢰수준에 ±3.5%P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