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년 전, 노무현 사람들은 열정이 넘쳤다. 노사모 뿐만 아니라 대다수 지지자들이 그랬다. 선거가 끝난 후에 내 주변 노무현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그들이 승리할 수밖에 없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만나는 사람마다 ‘왜 노무현인가’를 설득했다. 그리고 있는 돈, 없는 돈을 모아주며 노무현 승리를 기원했다. 물론 온라인에서의 열정적인 참여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 열정적 참여가 가능할 만큼 후보와 일반 당원에 이르기까지 그 어떤 장벽도 없었다. 후보와 386 참모들이 맞담배를 필 만큼 격의가 없었다. 그들은 한마디로 ‘동지’였고, 정권 창출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하나가 되었던 것이다.

    반면에 한나라당은 어땠는가. 대세론에의 안주는 있었어도 표를 더 모아야 이길 수 있다는 절박함이 없었다. 그리고 정권을 잡은 후의 논공행상 때문인지 동지들과 힘을 합치지 못했다. 아니, 동지의식 같은 것이 별로 없었다. 게다가 수직적인 명령과 복종만 있었지, 생각을 모으고 가슴을 터놓는 일은 없었다. 아이디어를 내어야 할 위치에 있는 참모들은 의견 개진을 할 기회도, 공간도 없었다. 수직적이고 폐쇄적이며 둔중한 시스템 그 자체였다.

    5년 전의 상황이, 한나라당의 체질 때문인지, 대세론에의 도취 때문인지, 아니면 열정을 불러일으킬 만한 동기 부여의 미약 때문인지는 딱히 구분하기 어려운지 모른다. 아마도 이 세 가지가 두루 겹쳤던 것이 아닌가 싶다.

    ‘잃어버린 10년’을 찾자는 각오로 뛰어든 2007년 대통령 선거에서 한나라당은 열정을 창출할 수 있을까. 5년 전의 문제들은 잘 극복이 되고 있는가. 지금 이 시점에서 찬찬히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먼저, 한나라당의 체질. 한나라당의 체질에는 좋은 것들도 있을 터이다. 다만, 앞서 말한 냉정적 기류와 관련해서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고 생각한다. 개인적 성취에 관심이 더 많아서 그런지 다 함께 좋은 정권을 창출하겠다는 집합적 열정이 부족한 편이다. 하나 다행스러운 것은 후보가 실용적인 편이라서 계급장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또한 슬림화와 스피드 역시 바람직한 주문이다. 그러나 이 점에 있어서는 후보의 구상을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리고 대세론의 도취는 누차 지적한 것처럼 이번에도 그런 경향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정권 교체를 반드시 이루겠다는 절박함 같은 것이 보이지 않는다. 배타적이고 폐쇄적인 분위기가 감지되는 것도 대세론과 무관하지 않다. 경선이 끝난 지 2개월이 넘었는데도 아직 화학적 결합이 되지 않는 것도 대세론에서 오는 것이다.

    여권은 전직 대통령까지 나서서 훈수를 넘어 개입을 하고 있는데, 한나라당은 보수 진영의 대연합은커녕, 이회창 전 총재와 박근혜 전 대표 등 한나라당의 지도자들이 협조를 하지 않거나 소극적 지지에 머무르고 있다. 진보가 분열로 망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거꾸로다. 두 지도자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겠지만, 이유 여하를 떠나 정권 교체에 앞장서야 한다. 후보와 당 지도부도 집안의 화합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집안이 화합하지 않는데, 어떤 외연 확대가 가능하겠는가.

    동기 부여 측면에서는 5년 전보다는 낫다. 국민의 요구와 후보의 특성이 잘 맞아 ‘왜 이명박이어야 하는가’를 설명하기가 비교적 쉽다. 신화가 있고, 실적이 있으며, 검증이 되었기 때문이다. 다만,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 지지자들에게 자발적이고 열정적인 선거운동을 기대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동기 부여가 있어야 한다.

    이명박 후보가 되어야 나라가 좋아진다는 점에 대하여 보다 설득력 있는 논리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이명박 후보와 한나라당 지도부가 따뜻한 가슴을 보여야 한다. 다음 정권을 함께 만든다는 기분을 만들어 주어야 하고, 한 사람 한 사람을 동지로서 소중하게 대할 때 가슴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절로 우러나올 수 있는 것이다.

    아직은 당 안팎에 정권 교체에 대한 열정이 느껴지지 않는다. ‘열정은 전염된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우선 당내에서부터 열정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국회의원과 비국회의원, 실세와 비실세 따위의 장벽을 걷고 오로지 ‘선진 대한민국’과 ‘이명박 대통령’을 만드는 데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뭉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적어도 12월 19일까지는 너와 내가, 위와 아래가 따로 없는 대동단결의 자세로 나아갈 때 승리는 올 수 있다.

    여권은 국정 능력은 떨어지더라도 승리에 대한 열정과 하나로 뭉치는 힘은 대단하다. 한나라당이 이들의 열정과 단결력을 뛰어넘지 않고서는 승리하기 어렵다.

    <객원칼럼니스트의 칼럼내용은 뉴데일리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