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학기에 한 번 쯤 모교에 가서 특강을 하는 편이다. 이번 학기엔 못 간다고 일찌기 선언을 해 놓은 터인데 오늘은 대학 교목실 관계자들과 미팅이 있는 날이다. 새벽기도 마치고 컴퓨터를 열었더니 내 싸이에 ‘이왕 오신 김에 특강까지 하라’는 메시지가 적혀 있다. 어제 쓴 것인데 나는 오늘 본 것이다.

    갑자기 무슨 특강을 하나 하는 생각에 잠겼다. 지금이 시험기간이라 머리도 식히는 차원에서 교과목 강의가 아닌 선배로서 교훈이 될 수 있는 얘기를 부담 없이 들을 수 있게끔, 이를테면 시험 말미에 외식을 시켜 주자는 취지인 것 같았다. 세미나 특강도 아니고 무슨 행사에 강의를 맡은 것도 아니고 그저 선배라는 것 하나로 30분짜리 특강 시간을 받게 된 것이다. 

    가서 네 가지 정도 얘기해줘야겠다고 마음을 정하고 차를 몰았다. 가면서 강의 제목을 ‘성공적인 리더가 되기 위한 준비’라고 정했다. 

    오전에 교수식당에서 식사를 하며 교목실 관계자들과 환담을 나눴고 오후엔 기독교교육학과 1학년 강의실에 들어가 잠시 수업을 참관했다. 남학생 10명, 여학생 19명 총 29명이 수강했다. 학생들 발표하는 것도 지켜봤다. 옛날 생각도 났다. 담당교수가 나를 소개하는데 ‘여러분들은 새카만 후배’라고 한다. 나는 그 말을 받아 절대로 새카맣지 않다고 조크를 하여 같이 웃었다. 

    여학생이 대표기도를 하고 강의는 시작됐다. 갑자기 연락을 받아서 강의 준비가 좀 부실하다 싶어 이럴 때 생각나게 하시는 성령님의 도우심을 구하며 앉아 있는데 그 여학생의 기도가 힘을 준다. “오늘 강의하시는 담당교수님과 특강을 맡으신 교수님에게 능력으로 함께 하셔서 좋은 수업이 되게 해 주옵소서.”

    교탁 앞에 섰다. 두려움은 사라지고 준비된 교수처럼 판서를 했다. ‘열공필승’이라 적었다. 열심히 공부하면 반드시 승리한다는 뜻이다. 나는 어렵게 공부했다. 흔히 예수 믿는 사람들 하는 소리가 신통, 인통, 물통을 해야 한다고 하는데 나는 거기에 하나 더 있다. 그것은 바로 방통이다. 신학교 때 학사학위를 주지 않아 방통을 해야 했다. 그거 공부하느라 머리털 다 빠지는 줄 알았다. 거긴 들어가기는 쉽지만 나오는 건 만만치 않다. 

    건강관리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규칙적인 생활 패턴이 필요하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지극히 초등학생스런 얘기도 했다. 그것이 선진국형이다. 우리의 밤 문화가 청소년들을 병들게 한다. 건강은 건강할 때 관리해야 함을 말했다. 

    프론티어 스피릿(frontier spirit)을 가지라고 말했다. 그 대학 설립자는 “이만팔천 여 동네에 가서 우물을 파라”는 슬로건을 남겼다. 교회만 개척하는 것이 아니다. 인생도 개척하는 것이다. 개척자는 도전정신이 있어야 하고 섬김의 마인드가 있어야 한다. 스케일을 크게 그리고 어떤 난관이 있어도 뚫고 극복하라고 했다.

    언어트레이닝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언어의 기본은 우리말이다. 요새 우리말이 푸대접 받는 것은 우려할 사항이다. 글쓰기를 수없이 연습해야 한다. 학문의 끝은 모두 리포트나 논문 등 글로 표현이 되기 때문에 수없는 습작을 하라고 했다. 그리고 영어는 더 이상 외국어가 아니고 국제 언어이므로 회화가 가능하도록 하라고 했다. 컴퓨터도 능숙하게 활용하면 업무능력이 극대화됨을 역설했다. 그리고 요새 대학생들이 한자를 너무 모른다. 최소한 천 자는 익히라고 했다. 

    대학은 참 좋은 곳이다. 젊음이 있고 낭만이 있고 지성이 있는 곳이다. 모교가 많이 발전해서 종합대학이 된 것도 감사한 일이다. 강의 마치고 동료 교수와 잠시 대화 나눈 후 급히 귀가하여 약수터에 가서 물 뜨고 한 시간 정도 산을 타고 하루를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