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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의 대통령 후보자 지명대회는 정동영 후보만을 위해 준비된 행사에 불과했다. 50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행사장은 정 후보 지지자들로만 가득찼다. 손학규 이해찬 두 후보 지지자들은 대거 불참했고 두 후보 지지 의원 상당수가 행사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본 행사 전에는 "정동영이를 왜 찍어"라고 말하는 이해찬 후보 측 지지자에게 정 후보 측 지지자가 "저놈 밟아버려"라는 욕설이 오가는 등 경선과정에서 생긴 양 후보 진영의 앙금이 고스란히 노출됐다. 또 행사장 밖에서도 후보 지지자들간 신경전이 벌어졌다. 먼저 도착한 손 후보를 맞이한 손 후보 지지자들은 이후 정 후보가 도착하자 "박스떼기" "탤런트" "반칙왕" 등의 바아냥을 보냈고 일부 지지자들은 "찬물 뿌려라"고 소리쳤다.
정 후보 측 지지자들은 삼삼오오 모여 손학규 이해찬 두 후보 지지자들의 불참에 불만을 터뜨렸다. 한 여성 지지자는 손 후보 측 지지자를 가리키며 "그쪽은 지금 전화도 안 받고 있다"면서 "그래도 당 행사인데 너무 하는 것 아니냐"고 볼멘소리를 했다.
경선 당일까지 당락을 알 수 없었던 지난 한나라당 경선과 달리 경선 전 당선자 윤곽이 드러나면서 행사의 긴장감도 떨어졌다는 평이다. 손·이 두 후보 지지자들의 대거 불참에 행사장 주변의 한 관계자는 "뭣 하러 들러리 하러 오겠느냐"고 했다. 14일 치러진 '원샷경선' 투표율은 14.4%, 경선 전체 투표율은 16.2%였다. 국민경선이란 타이틀을 걸었지만 통합신당이 받은 성적표는 초라하다. 행사장 내에서는 "이게 무슨 국민경선이냐"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경선 성적표 뿐만 아니라 행사준비 역시 낙제점을 받았다는 평이다. 본행사 시작 150여분 전에 취재진을 행사장에 안내했으나 행사 직전까지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았고 기자석 역시 행사장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준비하고 이동에도 불편을 줘 취재진의 불만도 쏟아졌다. 축하인사를 위해 연단에 선 박형규 목사가 "대통령 후보 지명을 받은 정동영 후보 뿐만 아니라..."는 말로 예정보다 먼저 당선자를 발표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대통령 후보자 지명대회 조차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공격으로 채워졌다. 통합신당이 본 행사에서 준비한 영상에는 이 후보의 대표공약인 '경부운하'를 비난하는 내용으로 채워졌고 영상에서는 이 후보를 "개발독재 시대의 재벌운영 원칙을 국가 운영에 도입하려는 시대착오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고 "이 후보가 당선되면 경제재앙을 몰고 올 것"이라고 했다. 또 이 후보 관련, 각종 의혹을 거론하면서 "이명박에 나라를 맡기면 나라 전체가 투기공화국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후보도 당선자 수락연설에서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는 '왜곡된 자본주의'를 신으로 떠받들고 있다"고 비판했고 이해찬 후보도 "이명박 후보의 오늘날 행태를 보면 너무 걱정된다. 이 정권을 한나라당 냉전부패세력에는 절대로 내줄 수 없다"고 열을 올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