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6일자 사설 '새 검찰총장 임명, 대선 후에 하는 게 순리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청와대가 11월 23일 임기가 끝나는 정상명 검찰총장의 후임자를 임명하겠다고 한다. 이런 생각으로 몇몇 후보에 대한 검증을 진행 중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법률적 임기’는 내년 2월 25일까지다. 그러나 12월 19일 다음 대통령이 선출되면 그의 ‘정치적 임기’는 사실상 그때 종료된다고 봐야 한다. 그런 대통령이 11월 23일 임기가 끝나는 현 검찰총장의 후임을 임명한다는 것은 형식적으로 3개월, 실질적으로 1개월 자신과 일할 검찰총장을 뽑겠다는 말이다. 그런 총장을 자기 손으로 뽑아 후임 대통령더러 그 사람과 1년9개월을 함께 일하라고 하겠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대통령 임기와 상관없이 검찰총장 임기가 끝났으면 후임을 임명해 검찰 조직과 기능을 안정시키는 게 원칙이라는 입장이다. 이 말대로라면 노 대통령은 11월 9일 임기가 끝나는 감사원장(임기 4년), 내년 2월 9일 임기가 만료되는 경찰청장 후임자도 자기 손으로 뽑아놓고 그만둘 모양이다.

    대통령도 한 번 역지사지(易地思之)해 보라. 노 대통령의 전임자인 김대중 대통령이 지금 노 대통령처럼 임기 3개월을 남겨둔 지난 2002년 11월 새 검찰총장을 임명했었다. 김 전 대통령이 후임자인 노 대통령에게 그 검찰총장과 1년9개월을 함께 일하라고 했던 것이다. 노 대통령은 정부 출범 후 12일 만인 2003년 3월 9일 ‘평검사와의 TV토론회’에 나와 “현 검찰 상층부는 믿을 수 없다”고 그 검찰총장에게 공개적으로 불신임을 통고했다. 검찰총장은 그날 저녁 “인사권을 통해 검찰권을 통제하겠다는 새 정부의 의사가 확인됐다”는 말을 던지고 물러났다. 대통령은 그때 일은 까맣게 잊었다는 듯 지금 자신의 전임자가 했던 것과 똑같은 일을 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현 검찰총장 임기는 11월 23일 끝나고 17대 대통령 선거일은 12월 19일로 그 기간은 26일밖에 안 된다. 그렇다면 그 정도 기간은 현 대검 차장이 총장 대행(代行)으로 검찰을 이끌도록 하고 대통령 선거가 끝나면 노 대통령과 다음 대통령이 상의해 검찰총장 후임자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노 대통령이 지금 대통령 후보라고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면 답은 쉽게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게 정치의 순리고 물러나는 대통령이 차려야 할 예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