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오는 14일 남은 8개 시·도 경선을 한꺼번에 치르자는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 지도부의 제안을 수용했다. 그러나 이해찬 전 총리 측에서 대통령 명의도용 등 불법 동원선거에 대한 인정 및 사과를 요구하고 나서 통합신당의 경선 파국 위기는 쉽게 해결되기 힘든 상황이다. 

    정 전 장관은 5일 자신의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의 결정을 대승적 차원에서 받아들이겠다"면서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정 전 장관은 "경선 판이 깨져서는 안 된다는 대의와 원칙을 무너뜨릴 수 없다는 원칙 사이에서 많이 고민했다"고 심경을 털어놓은 뒤 "지금은 공멸의 위기로 당을 위해 다시 한 번 저를 버리겠다"면서 수용배경을 설명했다.

    이처럼 지도부 제안을 수용하면서도 당에 대한 불만과 앙금도 여과없이 표출했다. 정 전 장관은 "경선 도중 원칙과 룰을 바꾼 것은 민주 정당의 오점이자 아주 나쁜 전례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 뒤 '원샷 경선'을 제안한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와 이 전 총리를 향해 "나와 캠프를 구태정치로 몰아넣은 데 분노한다. 아무리 말려들지 않으려 발버둥 쳐도 결과적으로 진흙탕 선거가 되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정 전 장관은 "지금 두 사람(손학규·이해찬)이 손잡고 일등하는 정동영을 흔들고 있다"면서 "그러나 정동영은 온실 속 화초가 아니라 광야의 들풀"이라고 주장한 뒤 "5년 전 국민경선 때 1승 15패의 고통스런 터널도 기어이 뚫고 이겨냈다. 다시 국민경선 지킴이가 되겠다"고 말했다.

    이런 정 전 장관의 주장에 이 전 총리 측은 곧바로 반격했다. 이 전 총리 캠프 소속 의원들은 정 전 장관 기자회견 뒤 국회 기자회견장을 찾아 "오늘 정 후보의 회견을 보면서 우리는 그 적반하장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개탄한 뒤 "정 후보는 신당 경선이 이렇게까지 온 문제의 본질을 고의로 회피하고 이를 경선일과 전수 조사로 축소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전 총리 측은 "경선이 이런 파행을 겪은 근본 원인은 불법대리접수 및 명의도용, 불법동원, 불법 콜센터 운영 및 불법적인 모바일 선거인단 모집이라는 범죄행위에 있다"며 "우리는 정 후보가 원샷경선과 전수조사를 스스로 당에 요구하는 듯 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한 마디로 적반하장이며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 전 총리 측은 또 정 전 장관에게 ▲노무현 대통령 명의도용에 대한 해명 및 사과 ▲불법선거인단 모집을 위한 불법 콜센터 폐쇄 및 지금껏 모은 선거인단 명부 제출 ▲부산 등에서 벌어진 불법 차량동원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이 전 총리 측은 "만약 위와 같은 불법 행위에 대한 인정과 사과, 그리고 시정조치 없이 경선이 재개된다면 정동영 후보와 당 지도부는 정치개혁의 성과를 후퇴시키고 한국의 민주주의를 퇴보시킨 당사자들로 역사에 남을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