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에 뛰고 있는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28일 부산 BEXCO에서 열린 부산·경남 지역 합동연설회에서 다음날 2일부터 사흘간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의 의제를 본인이 정리했다고 주장했다.

    이 전 총리는 이날 연설 마지막 "노무현 대통령의 남북 정상회담 의제를 내가 거의 다 정리해드렸다"고 말했다. 정상회담 의제와 사전 공개여부 등 회담의 미세한 부분을 두고도 논란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특정 정당의 대선 경선 후보가 정상회담 의제를 직접 정리했다는 주장은 정치권의 '정상회담' 공방을 더욱 가열시킬 수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더구나 대통령과 결별하면서 사실상 여당의 기능을 상실한 통합신당이 청와대와 정부가 주도하는 정상회담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는 것 역시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정치적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높다. 이 전 총리의 '자격'시비까지 일고 있다. 정상회담의 '공'과 '평화' 이슈를 선점해 경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려는 술책이란 당 안팎의 해석이 붙고 있지만 도가 지나치다는 비판도 적지않다.

    이 전 총리는 연설회와 토론회 때 마다 정상회담 성사에 대한 자신의 공을 강조한다. 이날 연설에서도 이 전 총리 본인이 "노 대통령에게 남북정상회담을 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평화를 가져와야 한다고 했다"면서 이번 정상회담의 성사를 자신의 공으로 돌렸다. 이 전 총리는 자신의 총리 시절 방북이 '정상회담'의 사전 길닦기였다는 뉘앙스까지 풍기며 정상회담 효과를 선점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총리 시절인 지난 3월 방북 뒤 "남북정상회담 자체는 논의의 핵심사안이 아니었다"며 당시 방북이 '정상회담 길닦기가 아니냐'는 정치권의 해석을 차단했던 것과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위다. 

    한나라당도 이 전 총리의 이날 발언이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나경원 대변인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정상회담의 공을 가져보려는 것 아니겠느냐"면서 "어떻게든 정상회담을 반전의 카드로 사용하려고 공을 자신의 것으로 돌려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 대변인은 그러나 "(남북 정상회담 의제가) 실질적으로 그런 식으로 정리가 됐다면 정상적이고 통상적인 방법으로 볼 수 없다"면서 "(이 전 총리가) 어떤 자격으로, 무슨 자격으로 그랬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