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빠진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의 21일 마지막 정책토론회에서는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과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정면충돌했다. 두 후보는 경선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마구 쏟아냈고 원색적인 비난도 서슴지 않았다.

    상대방 비난 과정에서 두 후보는 스스로 이번 경선이 '조직·동원선거'라는 점을 인정했고 막바지에는 '당신은 조직동원 안했느냐'는 식의 상대후보 흠집내기로 토론이 진행되며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했다.

    이날 부산에서 열린 마지막 토론회에서 포문은 이 전 총리가 열었다. 주제없이 진행된 상호토론에서 이 전 총리는 손 후보의 경선일정 보이콧을 정 전 장관 탓으로 돌렸다. 그는 정 전 장관에게 "경선에서 구태정치가 일어난 데 정 후보의 책임이 크다.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자 정 전 장관은 "정동영이를 구태정치로 몰아붙이는 것에 분노한다"고 응수했다. 이에 이 전 총리는 "정 후보가 손 후보를 초대해놓고 조직선거, 박스떼기 이런 식으로 하다보니까 손 후보가 화가 난 것 아니냐. (손 후보는 정 후보가 자신을) 안방에 불러놓고 반칙을 했다고 보는 것"이라며 거듭 정 전 장관에 사과를 촉구했다. 이 같은 공방은 후보 간 '맞짱' 토론에서 절정에 달했다.

    두 사람은 서로 "정치 그런 식으로 하지 말라"는 원색적 비난까지 쏟았다. '조직·동원선거'비판에 정 전 장관이 "5년 전 (민주당 경선에서) 만들어진 자발적인 서포터즈의 열정 때문에 1등을 한 것"이라고 반박하자 이 전 총리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5년 동안 열렬히 (정 전 장관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준비했는데 왜 지지도가 그 정도 밖에 안나오냐"고 비꼬았다. 정 전 장관은 "대선을 준비한 것은 얼마 안됐다"고 했고 이에 이 전 총리는 "그렇게 말하면 안 된다. 사람은 진실하고 신의가 있어야 한다"고 충고헀다.

    이 전 총리는 김한길 의원 그룹 14명의 정 전 장관 지지선언에 대해서도 맹비난을 쏟았다. 그는 "(정 전 장관을 지지한) 열 몇 명 의원들을 보니까 6개월 사이에 당을 4번이나 바꾼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이 어떻게 국민의 신뢰를 받느냐. 철새도 아니고 인터넷을 보니까 이 사람들을 달새라고 하더라. 정 전 장관에게도 도움이 안된다"고 비판했다. 정 전 장관은 "당을 같이 하는 동지들을 철새니 달새니 하며 매도하느냐"고 따졌고 "이해찬 후보가 되면 그 분들이 도울 맛이 나겠느냐"고 소리쳤다.

    '대리접수'와 '조직·동원선거'를 둘러싼 양측의 공방은 더 가열됐고 이 전 총리가 정 전 장관의 대리접수와 동원선거 사례를 언급하자 급기야 정 전 장관은 "그러면 이 후보는 부산·경남에서 대리접수 안했다는 것이냐. 부산·경남의 10만 명 가까운 이 후보의 선거인단 중 대리접수가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냐"고 따졌다. 대리접수와 조직·동원선거를 스스로 시인한 셈이다.

    그러자 이 전 총리는 "창피해서 이런 얘기는 안하려 했는데 (정 전 장관이) 자꾸 감추고 위선을 하니까, 자꾸 딴소리를 하니까 국민들이 외면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정 전 장관은 이런 이 전 총리의 공격에 분이 덜 풀린 듯 "자기도 모르게 접수된 사람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 사람들이 모두 정동영쪽 이라는 것은 지나친 얘기"라고 주장했고 곧바로 당 일각에서 제기된는 '손학규-이해찬 연대설'을 꺼내며 역공을 펼쳤다.

    정 전 장관은 "이-손 연대설은 뭐냐"고 따졌다. 이 전 총리는 "나는 일관되게 손 후보가 우리 당에 후보가 되는 건 민주개혁진영 전체가 굉장히 타격을 받는 일이라 주장해왔다"며 연대설을 부인한 뒤 정 전 장관의 '당권밀약설'을 공격했다. 이 전 총리는 '당권밀약설'을 꺼내며 정 전 장관에게 "이건 옛날 자유당 때 하던 수준이다. 정말 어려운 야당할 때도 이런 일은 없었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이에 정 전 장관은 "당권밀약설은 근거없이 유포하는 매터도"라고 반박한 뒤 이 전 총리에게 "중진 의원이면 품격이 있어야 한다. 어떻게 그런 식으로 막 정치를 하느냐. 그것이 대표적인 구태정치"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이 전 총리는 "정 후보가 부인한다면 내게 (당권밀약설을) 말한 사람도 공개할 수 있다"고 압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