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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이규용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위장전입 사실을 알고도 내정했다고 한다. 논란이 일 것을 불보듯 뻔히 알면서, 더구나 "옛날에 부동산·상가 하나만 있어도, 그리고 무슨 위장전입 한 건만 있어도 도저히 장관이 안 돼요"(8월 31일 PD연합회 창립 기념식에서)라는 자신의 말을 뒤집으면서 까지 이 후보를 내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군이라 할 수 있는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 마저 노 대통령의 이번 인사에 비판을 쏟고 있다. 주목할 부분은 노 대통령의 인사 때마다 비난을 쏟았던 한나라당이 침묵하고 있는 것이다. 단 한차례의 논평도 내지 않았다. 오히려 이 후보자의 위장전입이 별 문제가 아니란 식의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자당의 이명박 대통령 후보가 자녀 교육 문제로 다섯 차례의 위장전입을 한 전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 후보자의 위장전입 문제를 건드리면 이명박 후보에 불똥이 튈 수 있으니 문제삼지 말자는 분위기다. 한나라당 지도부에 있는 몇몇 의원들은 김대중 전 대통령 당시 임명됐던 장상·장대환 총리 후보자의 위장전입을 공격해 낙마시킨 바 있다.
이들은 이 후보의 위장전입 문제가 처음 불거졌을 당시에도 꿀먹은 벙어리였다. 장상·장대환 총리 후보자 인준 당시 위장전입을 문제 삼았던 한나라당 모 의원의 경우 이 후보의 위장전입에 대한 입장을 묻자 "인터넷에서만 관심을 갖는다"며 답변을 피했다. 현재 이 후보자의 위장전입 문제가 불거졌고 당 지도부에 몸담고 있으면서도 한 단마디 언급이 없다.
그래서 노 대통령의 이 후보자 내정이 한나라당의 이런 사정을 이용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후보의 위장전입 문제를 자연스레 꺼내는 동시에 한나라당을 곤혹스럽게 만들려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은 19일 브리핑에서 "신당은 지명철회를 주장하고 있고 한나라당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참 이상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비꼬았다. 유 대변인은 "한나라당은 이명박 후보가 똑같은 경우로 다섯 차례 위장전입을 했기에 입장이 상당히 난처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래도 정치 10단인 노무현 대통령이 한나라당을 곤혹스럽게 만들기 위해 묘수를 부린 것은 아닌지 알 수 없다. 그런 기획 의도가 있든 없든 간에 (이 후보자의 위장전입 사실을) 알고도 장관 내정을 한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