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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180도 달라졌다. 당연히 1위를 할 것으로 예상했던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의 경선에서 3위나 다름없는 2위의 성적표를 받으면서 적잖은 충격을 받은 손 전 지사는 기존의 온화한 이미지를 던지고 공격적으로 변했다.
18일 대전에서 열린 노동·복지분야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손 전 지사는 확 달리진 모습을 선보였다. 지난 주말 치러진 4곳의 경선결과에 대한 불편한 심기도 여과없이 드러냈다. 상대 후보의 불쾌한 질문에 '웃음'으로 넘겼던 이전과는 달리 조목조목 반박하고 따졌으며 언짢은 질문에는 "질문이 예의가 아니다"고 꼬집기도 했다.
'손학규 대세론은 없다. 추격전을 펼치겠다'며 선거전략의 대변화를 예고한 손 전 지사는 경선 이후 처음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 변화의 서막을 올렸다. 특히 초반 선두로 나선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에게 날을 세웠다. 그는 첫 인사말에서 부터 '조직·동원선거'의 당사자로 지목받고 있는 정 전 장관을 겨냥, "조직선거, 동원선가가 판치는 구시대 정치를 이겨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전 장관과는 크게 충돌하지 않았던 후보 간 정책토론 부터 신경전을 벌였다. 정 전 장관이 매 질문마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를 비판하며 은근슬쩍 손 전 지사가 '한나라당 출신'이었음을 부각시켰기 때문이다.
정동영 "중절수술만 안 해도 저출산 문제가 해결된다는 이명박 후보의 견해에 동의하진 않겠죠? 한나라당의 반복지적 철학과 사고에 혹시 손 후보도 오염됐을까봐 묻겠다. 지난 정기국회때 예결위에서 한나라당은 복지예산을 깎자고 했다. 기초생활대상자에 지급되는 돈을 깎고, 장애인 복지예산의 절반을 날리자 했다. 이런 반노동적, 반인권적 태도에 동의하나?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나? 손 후보가 한나라당 의원이었으면 어떻게 했겠느냐?"
손학규 "그래서 어떻게 했습니까? (한나라당 주장대로) 관철시켰습니까? 내가 보건복지부장관을 한 사람입니다."
주제없이 진행된 상호토론에서는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표출하며 정면충돌했다. 이번에도 정 전 장관이 먼저 손 전 지사를 건드렸다. 정 전 장관은 손 전 지사가 한나라당 출신임을 강조하고, 김영삼 정권 시절 장관을 지낸 점을 꺼내 IMF에 대해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IMF 사과부터 해라" vs "언제까지 옛날 얘기만 하고 살래"정동영 "나는 매일 목욕을 한다. 오늘 아침에도 반신욕을 했는데 손 후보는 (통합신당의 대선후보는) '노무현 정부와 단절된 인사라야 한다' '참여정부의 때가 묻은 사람은 안 된다'고 한다. 그래서 목욕을 더 자주 할 생각이다. 그러나 지난 10년을 부정하면 집권은 불가능하다. 양극화와 비정규직 양산의 뿌리가 어디냐? IMF 아니냐? 국가부도를 낸 것이 신한국당 아니냐? 거기서 장관하고 IMF 당시 국무위원으로서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니냐?"
손학규 "언제까지 옛날예기만 하고 살 겁니까? 여기 계신 두 분 후보가 열린우리당으로는 도저히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은 과거 생각과 행태로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수 없어서였다. IMF때 경제어려움 가져온 것 아무리 내 역할이 작았어도 충분히 사과하겠다. 그런데 벌서 10년이 지났는데 그때 그것을 지금 얘기해서 언제 미래로 향해 나갈 수 있겠나?"
손 전 지사가 강한 불쾌감을 드러내자 정 전 장관은 손 전 지사가 이 전 총리와의 토론에서 초반 치러진 경선이 "조직에 의한 선거고 조직에 의해 선거인단 모집해 차로 실어 나르는 동원선거가 된 것을 인정해야할 것 아니냐"고 발언 한 점을 문제 삼으며 응수했다.
정동영 "(손 전 지사 발언을 인용해) 이번 선거는 당의장 선거가 아니다고 했다. 맞다. 대통령 후보를 뽑는 선거다. 민심과 일치해야 한다. 이번 선거인단에는 당원이 별로 없다. 참여가 저조할 뿐이다. 조직선거라고 하는데 노사모가 조직이냐? 서포터즈다. 정동영에는 돈이 들어가는 조직은 없다. 5년 전 16번 경선을 하면서 부둥켜안고 울었던 서포터즈들이 투표를 독려하는 것을 어떻게 조직선거라고 매도하느냐?"
그러면서 정 전 장관은 손 전 지사의 약점을 공략했다. 손 전 지사는 토론회 때 마다 숫자에 약하다고 실토한다. 정 전 장관은 이런 약점을 파고들었다.
"100개는 뭣하고 5개만 외워봐" vs "수능시험장도 아니고…"
정동영 "대통령은 평소에 100개 내지 200개의 통계수치, 국정지표를 머릿속에 넣어야한다. 숫자는 이해찬 후보 따라갈 사람이 없는데… 매일 차기 대통령으로 5년간 국정을 운영하면서 매일 아침, 매월 주기적으로 챙겨야 할 지표가 있을 것이다. 100개는 뭣하지만 10개는 늘 관심을 갖고 있어야 한다. 이 자리에서 손 후보가 갖고 있는 5개를 꼽는다면 뭘 꼽겠는가?"
손학규 "정 후보, 제가 이 자리에 나와 숫자에 능하지 못 하다는 얘기를 하니까, 이 자리에서 나를 좀 놀리거나 곤혹스럽게 하려는 것인데, 여기가 수능시험장도 아니고… 정 후보, (이 질문은) 여기서 얘기할 자리가 아니다. 이해찬 후보처럼 '우리나라 GDP가 얼마요?'하고 물으면 모를까 5개를 내놔라 질문을 하니… 그럴 때는 '나는 이러이러한 것은 반드시 챙겨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손 후보는 어떻게 생각하느냐'하고 질문을 해야 예의 아니냐? 수치 여러운 것은 이해찬 후보에게 전화 걸어서 물어보면 됩니다."이어 토론회의 주도권을 쥔 손 전 지사는 작심한 듯 정 전 장관을 공격했다. 참여정부의 요직을 맡고 열린우리당에서 두 번이나 당의장을 지냈으면서 비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정 전 장관에게 참여정부와 열린당 실패에 대한 책임론을 주장했다.
손학규 "오늘 이 자리에서 말했지만 정 후보는 여러차례에 걸쳐 참여정부의 실패, 열린당의 실패에 대해 사과했다."
정동영 "실패가 아니고 좌절을 아파한다."손학규 "그렇다. 노무현 대통령은 민주당 후보로 당선됐고, 정 후보는 민주당을 깨고 열린당 창당에 앞장섰다. 지금와서 분당을 반성한다 하지만 민주당 분당과 열린당 창당의 주역으로 정 후보는 초대 당의장을 비롯, 두 번의 당의장에 통일부장관도 했다. 2004년에는 총선을 지휘해 공천도 주도했다. 열린당 최대계파의 수장이 됐고 이렇게 해서 사퇴를 한 한명숙 후보는 정 후보를 '참여정부의 황태자였다'고 했다. 이제와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를 비판하면서, 조금아까도 노무현 정부의 때를 매일 아침 닦고 있다고 했는데…"
정동영 "그 때가 아니고 반신욕을 한다는 거였다."
'정동영계 공천장사한다' vs '정동영도 못 넘으면서'손학규 "6월 한 신문에서는 나를 보면 우직한 소, 정 후보는 실리에 밝은 조조가 연상된다는 보도가 있었다. 정 후보가 비노행세를 한다고 해도 참여정부 실패의 두 번째 책임은 정 후보에게 있다. 정 후보가 대통령 후보가 되면 결국 국민들에게는 '도로 열린당'일 수밖에 없고 패배를 면치 못할 것이다. 지금 경선, 현실적으로 열린당 최대 계파인 정동영 계 의원들이 대통령 선거는 지더라도 내년 총선에서 공천받기 위해 사실상 당의장 선거를 하고 있다.
정동영 "사실 왜곡하지 마십시요."
손학규 "이렇게 되면 대선에서 국민의 심판은 말할 것 없고, 총선도 어렵다는 판단이다."
정동영 "한나라당 경선 또는 토론화 우리가 다른 것은 품격이다. 품격을 잃으면 한나라당과 똑같이 된다. 공천장사라는 말은 취소하는 게 좋겠다."
손학규 "내가 공천장사라고는 안했다."정동영 "정동영이 손학규를 극복하고 넘으면 그것은 국민들이 정동영을 통해 이명박을 깨뜨리라는 것이다. 열심히 경쟁해라. 정동영을 못넘고 이명박을 어떻게 넘겠나? 나는 넘을 자신있다. 중학교 때 삼국지를 여러 번 읽었는데 제일 미워하는 사람이 조조였는데 조조라 같다 붙이니 야박하다."
손학규 "가만있자… 그냥 있으면 끝까지 갈 것 같은데 이쯤에서 그만 하시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