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이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의 경선 초반 4연전에서 선두를 차지하며 '손학규 대세론'에 찬물을 끼얹었다.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 측 분위기는 크게 가라앉았다. 경선패배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손 전 지사를 돕고 있는 한 초선 의원의 보좌진은 "참담한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정 전 장관의 초반 선두질주에 대해 여러 이유가 나오고 있지만 두 번 당의장을 지내고 5차례의 전국단위 선거를 치르며 쌓아온 조직력이 힘을 발휘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20%를 밑도는 저조한 투표율은 이번 초반 4연전이 결국 '조직 동원 대결'이었다는 비판의 여지를 만들었다. 조직력에 강한 정 전 장관에 유리할 수밖에 없는 선거구도였다는 것이다.
손 전 지사가 17일 라디오에 출연해 "경선은 대통령 후보를 뽑는 것인데 당의장 선거를 뽑는 경선 같다. 역시 열린우리당 의장 선거를 두 번이나 해서 조직선거 관록이 묻어난다"고 비꼰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당 관계자도 "정 전 장관의 조직이 많이 죽었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조직싸움에서 손 전 지사가 밀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경선이 '국민경선'이란 타이틀을 걸고 있지만 사실상 '그들만의 리그'로 치러질 수밖에 없는 한계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발적인 일반국민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힘들어 부정이 개입할 여지가 큰 모바일 투표를 도입한 것부터 국민경선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당내에서는 국민경선을 실시하면서 따로 여론조사를 도입한 것 역시 이번 '국민경선'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드러낸 것이란 비판도 나온다. 여론조사 도입을 반대하던 정 전 장관 측에서는 '국민경선을 하는데 왜 여론조사가 필요하냐'고 했고 손 전 지사 측에선 '국민경선만으로는 민심을 반영하기 힘들다'며 반론을 제기했다.
양측 모두 '경선룰'을 둘러싼 힘겨루기에 대한 비판여론에 꼬리를 내렸지만 양측의 이런 논란은 '국민 경선룰'이 그 취지를 100% 반영하기 어렵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란 비판을 받을 소지가 충분하다. 통합신당 국민경선위의 대변인인 이기우 의원도 "제도의 틈새는 많다"고 실토했다.
투표율 상승과 흥행을 위해 모바일 투표를 실시하는 등의 대응책을 마련했지만 초반 4연전이 조직동원 싸움으로 전개되면서 앞으로 있을 경선 역시 '세대결'로 흐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세 후보는 추석 연휴 이후 재개되는 경선일정 중 상대적으로 자신들의 조직세가 강한 지역에서의 선전을 통해 역전 혹은 대세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정 전 장관은 전북지역(10월 6일), 손 전 지사는 경기·인천 지역(10월 7일),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친노세가 강한 부산·경남 지역(9월 30일) 투표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한편 당 관계자는 초반 정 전 장관의 선두질주 원인으로 이런 분석도 내놨다. 이 관계자는 "(손 전 지사가) 조직에서 밀린 것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 당내에는 '어차피 이명박을 이길 수 없다면 정동영을 찍자'는 분위기도 있다"고 귀띔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