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일보 17일 사설 '투표율 20%가 무슨 국민경선인가'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대통합민주신당의 경선은 정직성과 치밀함에서 한국 정치 사상 최악으로 가고 있다. 제주·울산·강원·충북의 투표율은 19.81%였다. 노무현 후보를 뽑은 2002년 민주당 경선 때는 제주가 85.2%였고 네 곳 중 가장 낮은 충북도 59.2%였다. 신당의 대부분은 그때 그 사람들이니 5년 만에 그들 스스로 이렇게 비참하게 추락한 것이다. 지난달 19일 한나라당 경선의 투표율은 70.8%였다. 물론 한나라당의 경우엔 당원·대의원이 대부분이어서 단순 비교는 어렵다. 하지만 투표다운 투표를 하려면 신당도 애당초 ‘국민’ 운운하는 쇼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 극도로 저조한 투표율은 신당의 허울과 허언을 벗겨내는 현실의 칼날이다.

    신당은 10일 현재 145만7000여 명의 선거인단을 모았다고 선관위에 신고했다. 200여만 명이 몰렸으나 전화번호 등을 검증해 진짜만 추렸는데도 이리 많다는 것이다. 이런 숫자에는 “다른 당은 엄두도 못 내는 국민적 축제”라는 거짓말이 숨어 있다. 그 요란한 진짜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 신정아 사건으로 경선 관심이 줄었고 폭우가 겹쳐 그리 됐다고들 하는데 신정아에 눈이 팔리고 비가 무서울 정도면 어떻게 선거인인가.

    실제론 여전히 가짜가 많이 숨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선거운동을 하려 전화를 해도 틀린 전화번호가 적지 않다니 이는 급작스레 동원된 유령 선거인이란 증거가 아닌가. 지금까지 종합 1위를 달리는 정동영 후보의 출신 지역인 전북의 선거인단이 전체의 14.2%인데 이는 전북의 실제 인구비율 3.8%에 비해 턱없이 높다. 이런 것도 동원 논란을 부추기는 것이다.

    신당은 예비경선에서 계산을 잘못해 득표 순위가 틀리기도 했다. 이렇게 기초적인 선거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서 경선에 휴대전화를 이용한 모바일 투표까지 도입한다고 한다. 휴대전화로 투표할 때 옆 사람에게 보여주거나 하면 투표의 비밀이 침해받을 소지가 있다.

    신당은 덧셈·뺄셈도 서툴면서 곱셈과 나눗셈을 하겠다고 덤비니 점입가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