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3등 하던 분 우리 후보로 만들어 무슨 말을 해 선거할 겁니까? 여러분 진짜 찍어줄랍니까?"

    12일 대통합민주신당(통신당)의 유시민 의원이 울산지역 합동연설회에서 한 말이다. 손학규 전 경기도지는 한나라당을 탈당하면서 "시베리아를 넘어가겠다"고 했다. 스스로 범여권을 시베리아로 규정한 것이다. 그러나 그의 주장처럼 시베리아를 넘는 일은 간단치 않아 보인다. 통신당의 경선에 합류한 손 전 지사는 계속되는 토론회와 합동연설회에서 '한나라당 꼬리표'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13일 대구에서 열린 교육분야 정책토론회에서도 친노 후보들은 손 전 지사의 '한나라당 꼬리표'를 물고 늘어졌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는 "손 후보는 자사고(자립형 사립 고등학교)를 마음껏 짓게 하고 면세 혜택을 주겠다고 했다"고 지적한 뒤 "자사고는 등록금도 일반학교의 3배쯤 되는데 소수 엘리트주의에 의한 교육정책이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어 "한나라당 공약과 판박이처럼 같다는 걸 아느냐"고 따진 뒤 "이렇게 정책이 똑같은데 어떻게 한나라당 후보와 싸울 수 있는 걱정된다"고 비꼬았다. 한 전 총리는 또 "신입생 선발 대학 자율화하고, 자사고 특목고 대폭확대, 개방형 이사제 반대, 이런 공약들이 이명박 후보와 손학규 후보 이름만 가리면 너무나 똑같아 신당 강령과 과연 맞아떨어지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유시민 의원도 "그동안 내가 정동영 후보를 많이 괴롭히고 손 후보를 봐줬다는 여론이 있는 것 같아 균형을 잡겠다"고 포문을 열었다. 유 의원은 "한나라당 공약과 판박이"라는 한 전 총리의 비판에 "좋은 교육의 기회를 주고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데는 한나라당 정책과 신당 정책이 따로 있을 수 없다"고 반박한 손 전 지사의 발언을 문제 삼았다.

    유 의원은 손 전 지사의 이런 발언을 언급한 뒤 "일리가 있는 말이나 손 후보 공약 대부분이 한나라당에 있을 때 갖고 있던 공약들이라… 이렇게 질문을 드려보겠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메뉴를 선택하기 위해 뷔페식당에 갔다. 뷔페식당에는 한식, 중식, 일식도 있는데 뷔페식당에 한식만 놔뒀다면 고객들에게 결례다. (마찬가지로) 똑같은 정책을 가진 후보 둘(이명박 손학규 후보)을 내놓고, 서로서로 같은 정책을 '내가 더 잘 할 수 있다'고 하는 것도 국민에 대한 결례다. 대통령 선거는 같은 정책을 누가 더 잘하느냐 하는 경쟁이 아니다. (그러려면) 한나라당에서 경선을 하는 게 맞다. 본선에서 거의 같은 정책을 가진 후보 두 명을 내놓는 것은 정치적 결례 아닌가?"

    이에 손 전 지사는 "대선 후보 경선은 뷔페식당과는 다르다. 그리고 (대선 후보 경선은) 당 대표 뽑는 선거를 하는 게 아니다. 당 대표 선거를 하는 것이라면 당연히 차별적인 것을 내놔야 하지만 (대선은) 국민을 보고 하는 선거"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