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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이 유시민 의원에게 또 당했다. 대통합민주신당(통신당)의 매 토론회와 연설회 마다 정 전 장관을 공격하는 유 의원은 11일 경제분야 두 번째 토론회에서도 작정한 듯 정 전 장관을 코너로 몰았다.
정 전 장관도 이런 유 의원을 예상한 듯 상대방의 질문에 역질문을 하는 특유의 장기로 유 의원의 공격을 빠져나가려 했지만 오히려 유 의원으로 부터 "내가 (질문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 나한테 질문하는 것은 반칙이다. 나중에 주도권을 갖고 토론할 때 질문해달라"고 핀잔을 받아야 했다. 애써 태연한 척 했지만 정 전 장관의 표정은 순간 일그러졌다.
더욱이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함께 선두그룹에 있는 정 전 장관은 이날 주제를 경제로 제한해 준비한 후보 간 상호토론에서 유 의원을 제외한 상대후보로부터 전혀 질문을 받지 못해 30여분간 전혀 발언을 하지 못하는 굴욕(?)까지 당해야 했다. 이해찬·한명숙 전 국무총리는 물론, 정 전 장관의 라이벌인 손 전 지사까지 아무도 정 전 장관에게 질문을 하지 않았다. 정 전 장관 주도로 진행된 토론에서 손 전 지사와 잠시 충돌이 있었지만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한 후보가 9분간 주도권을 쥐고 후보를 선택해 질문하고 답변을 듣는 상호토론에서 유 의원의 순서는 맨 마지막이었다. 유 의원은 마이크를 잡자마자 정 전 장관이 앞서 토론에서 청년실업 해소 방안으로 제시한 '고용증대특별세법' 정책을 문제 삼았다. 문제가 된 정 전 장관의 청년실업 해소 방안은 이렇다. 기업이 신규채용을 하면 한 사람을 채용할 때 마다 500만원씩 법인세를 감면해주겠다는 것이다. 정 전 장관은 그러면 1년에 10만명의 고용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전 장관은 이때 "세수로 (취업자 한 사람당) 300만원 정도가 들어오기 때문에 정부는 (연간) 2000억원 정도를 부담하면 고용을 증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정 전 장관에게 "정 후보는 중소기업을 살리겠다면서 '중통령'이란 말을 하는데 아까 (정 전 장관의) 그 말을 들으면서 돈 계산하는 습관이 발동했다"고 포문을 열었다. "후보들 중 내가 유일하게 경제학 전공자"라고 소개한 유 의원은 "질문 전에 간단한 것 하나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이렇게 시작한 유 의원과 정 전 장관의 토론은 이랬다.
유시민 "(그 정책의 추진 기간을) 몇 년 정도나 예상하나"
정동영 "(취업인구) 10만명 정도를 목표로 추진한다. 실업인구가 줄기에 한시적으로 간다"
유시민 "몇 년 정도 할 것인가?"
정동영 "4년 정도…"유시민 "좋은 취지인데 내가 보기에는 경제학적으로 문제가 있다. 세액감면은 법인세를 내는 기업에 해당되는데 우리나라에서 그 정도의 법인세를 내는 기업이면 상장기업이어야 하고 법인이어야 한다. 수익을 못내는 기업은 법인세를 낼 게 없다. 돈 많이 버는 기업에 돈을 주겠다는 것 아니냐?"
정동영 "대기업 일자리가 줄었다. 청년들은 대기업들을 선호한다"
유시민 "대기업들이 고용을 적게 하는 것은 돈이 없어서가 아니다. 정책은 공감하지만 대기업에 돈을 줘가면서 까지… 돈 잘 버는 기업에 사람을 쓰라고 주는 돈이라면 이에 동의할 국민이 있을까. 차라리 (정 전 장관의 계산으로 정부가 연간 부담해야 할) 2000억원으로 사람을 못 쓰는 중소기업에 고용금을 주는 게 효율적이지 않을까"정 전 장관은 이런 유 의원의 질문을 받고 자신의 특기인 상대방 질문에 대한 역질문을 하려 했다. 정 전 장관은 유 의원의 질문을 받자마자 "말씀과 함께 질문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유 의원은 다음과 같이 말하며 정 전 장관을 계속 코너로 몰았다.
유시민 "아니요. 내 질문이니까. 1분간 답변하시죠. 장래성이 있는 중소기업에 지급하는 게 사회적으로 좋을 것 같은데요."
정동영 "물론 대기업 일자리만은 아니다. 우량 중소기업의 (고용)창출이 될 것이다. '고용증대특별세법'은 이미 실행됐던 것이고 효과도 봤다."정 전 장관은 지난 5월 16일 유 의원이 '성년의 날'을 기념해 정보통신부에서 열린 당 지도부(당시 열린우리당)와 20대 청년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문제가 된 발언을 꺼내 역공을 펼쳤다. 당시 유 의원은 취업문제 해결방안을 묻는 한 대학생의 질문에 "취업 가능성을 높이는 일은 정부가 할 수 없는 일"이라 답했고 이 발언으로 네티즌에게 많은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정 전 장관은 "유 후보는 (학생들에게) '취업은 각자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했는데 이런 유 후보의 경제철학은 무엇이냐"고 따졌다. 그러자 유 의원에게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
유시민 "자, 내가 주도권을 쥐고 있다. 나한테 질문하는 것은 반칙이다. 나중에 주도권을 갖고 토론할 때 질문해달라. 내가 그렇게 말한 적 없다. 정확히 알고 질문해달라"
유 의원은 "세액공제는 힘든 기업에는 그림에 떡인데 중소기업을 키우자는 분이 그렇게 말하면 안 된다"면서 정 전 장관의 정책을 재반박했다. 정 전 장관의 역공이 불쾌한지 유 의원은 논란이 됐던 자신의 당시 발언에 대해 해명했다. 그는 "대학생들이 성년의 날에 청년취업에 대해 질문을 해 '대학생이 사막에서도 히터를 팔 각오로 뛰어야 취업을 할 수 있다'는 뜻에서 '취업은 각자하는 것'이라고 했다. 어느 언론사에서 왜곡을 해 보도했는데 그것을 인용해 공격을 하면…"이라고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정 전 장관은 멋쩍은 듯 "앞으로는 잘 인용하겠다"고 답했다.
이것으로 끝날 줄 알았던 유 의원의 공격은 주제없이 진행된 상호토론에서도 이어졌다. 이번에는 정 전 장관의 대표상품인 '개성공단'에 총구를 겨눴다.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유 의원은 2005년 청룡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뒤 수상소감에서 "차려진 밥상을 맛있게 먹었을 뿐"이라고 말한 영화배우 황정민씨의 발언을 인용한 뒤 "장관을 하면서 비슷한 느낌을 가졌다. 국민연금개혁, 기초노령제 도입, 시설아동과 불우아동에 대한 저축계좌를 만드는 혜택을 내가 나서서 했지만 뒤에서 대통령이 기획예산처에 말해줘서 할 수 있었고 당시 이해찬 총리가 뒷받침해줘서 됐다"고 운을 뗐다
그는 "장관직을 잘 수행할 수 있는 여러 요건 중에 대통령과 총리의 지원을 얼마나 받느냐가 중요한 요건이라 판단한다"고 말을 이었다. 정 전 장관이 '개성공단'의 성과를 독점하고 있는 것을 비판하기 위해 던진 발언이었다. 그리고는 이렇게 정 전 장관을 공격했다.
유시민 "정동영 후보가 요즘 '개성동영'을 표방한다. 정세현 전 장관도 있었는데 혼자 다 한 것 처럼한다. 물론 정치가 과장이 있지만 지나친 과장광고 아니냐. 언론보도를 보니까 정부의 비협조 속에서 해냈다고 하는데 그러면 이해찬 총리가 당시 총리였고 대통령도 있었는데 정 후보가 장관할 때는 (대통령과 총리가) 안 도와줬다는 것이냐. 대통령과 총리 없이도 개성공단을 혼자 할 수 있는지… 과대광고 의혹이 있다."
정동영 "이해찬 총리는 적극 도와줬다. 대통령도 긍정적이었지만 분명한 것은 내가 (장관으로) 갔을 때는 설계도를 그려놓고도 몇 년이 지났다. 당시 미국이 반대하고 미국의 수출통제법이라는 장애물이 있었다. 이것을 넘어야 개성공단을 지을 수 있었다. 핵위기도 있었다. 정부도 속도조절론이었다. 이걸 돌파해 낸 책임이 외교·안보·통일분야 장관인 내게 있었고 내가 100% 완수했다. 만일 정동영이 가지 않았다면…"
유시민 "국민들이 보기에 정동영 장관은 당시 정부였다. 당시에는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의장이었는데 외교·안보분야 팀장으로 총괄 지휘했고 정보도 많았다. 영향력도 컸는데 본인이 정부임에도 정부의 비협조라고 주장하는 것은 과대광고다."
정동영 "본인이 정부라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다. 나는 책임 장관으로 가로막힌 것을…"
유시민 "본인은 과대광고하면서 다른 분(후보)들에게 조금 안 좋게 하는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