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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 진영이 넷심잡기를 위한 고민에 빠졌다. 경선에서 승리한 뒤 박근혜 전 대표 지지층을 상당부분 흡수, 각종 여론조사에서 50%대를 넘나드는 지지율 고공행진을 하고 있지만 사이버 여론에서는 여전히 '열세'다. 심지어 한나라당 중앙당 홈페이지에서도 이 후보의 대선승리에 대한 '비관론'이 주를 이루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박 전 대표 '골수'지지 성향의 네티즌들은 이 후보측으로 이동하기는 커녕 경선과정에서 보다 더욱 이 후보를 비토하고 있어 내부의 '적 아닌 적'으로 성장,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이 당 안팎의 지적이다. 이 후보의 승리로 끝난 경선을 아직 인정하지 못하고 있는 이들은 이 후보 낙마론에서부터 필패론에서 신당창당론 문국현지지론 등 다양한 주장을 내놓으며 당 홈페이지, 종이언론사 사이트, 인터넷 신문, 정치 웹진 등을 중심으로 사이버 공간을 '장악'하고 있다. 때문에 대선을 앞두고 넷심규합이 절실한 한나라당으로서는 이들을 끌어안기위해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이 후보 캠프 대변인을 지냈던 진수희 의원이 5일 당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는 한나라당 지지자라고 보기 어려울 만큼의 비난성 댓글이 빗발쳤다. 진 의원은 "당과 국민은 보수세력의 변화와 혁신을 요구하며 비주류세력이 지지하는 후보를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했다"며 "이 힘을 원동력 삼아 당과 보수세력은 스스로 개혁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표 지지성향의 네티즌이 다수인 당 홈페이지 회원들은 이 글에 "방정이다" "이 후보가 당선될 거라고 보느냐" 등 '막말'수준의 거친 표현을 써가며 진 의원을 비난했다. 아이디가 다를 뿐 똑같은 문구의 댓글도 보여 이 후보에 대한 비난 여론을 '조직적'으로 조성하는 듯한 인상마져 주었다.
아이디가 'jb2002kr'인 회원은 "참으로 한심하다"면서 "지금 이 시점에 괜한 말을 해서 당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이런 정신상태를 가진 자가 많아 정권교체가 멀어지는 느낌"이라고 했다. 또 'soncha54'는 "개혁대상이란 진 의원 같은 막가파"라며 "당심에서 지고도 이상한 억지 여론조사로 이겨놓고 대책없이 설치는 너같은 ***가 개혁대상"이라고 못마땅해했다. 'nbs8630'는 'soncha54'와 같은 글을 게시했다. 회원 'sdkfz011'는 "당신네들(이 후보측)은 국물족"이라며 "보수세력을 부패세력으로 타락시키려 하는 것을 혁신이라 포장하지말라"고 주장했다.
심지어 'kk13475'는 "이번 경선은 분명히 박 전 대표의 승리였다"며 "엉터리 조작 여론조사로 대선후보를 강탈해간 이 후보는 먼저 박 전 대표에게 (후보직을) 돌려줘야한다"고 주장했다. 이 네티즌은 욕설을 별다른 제지없이 그대로 사용했다. 네티즌 'cheung0589'는 "이런 글 다시는 올리지 말라"면서 "밉지만, 댓글을 보니 조금 안쓰럽기까지 하다"고 했다.
박 전 대표를 지지하는 팬클럽 박사모는 이미 경선무효소송을 제기하고, '경선불복'의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지난 대선 노사모와 비교될 정도로 인터넷 공간에서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이들은 '이명박 낙마'와 '박근혜로의 후보교체'를 위해 맹렬히(?) 활동중이다.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이 후보에 비판적인 기사를 퍼나르거나, 자신들의 소송을 정당화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네티즌들과 직접 소통해온 박 전 대표에 대한 애정이 쉽게 사그러들지 않은 까닭이며, 또 상대측(여권)에서 후보가 정해지지 않아 적이 불분명하기 때문으로 본다"며 "그러나 지금 이 후보를 비난하는 박 전 대표 지지성향의 네티즌들도 분명히 이후보를 도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당직자는 "본선이 시작되면 박 전 대표가 전국을 다니면서 이 후보를 도울 것이고, 그렇게 되면 박 전 대표에 대한 여권의 공세를 막기 위해 지지자들은 당연히 한나라당을 공격하는 쪽에 맞서지 않겠나"고 말했다.
한나라당 디지털팀 관계자는 "경선 직후 이 후보에 대한 비방이 극심했지만, 지금은 평상시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네티즌 다수라기 보다 20-30명이 반복해서 비방성 글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당 홈페이지는 네티즌 스스로 정화과정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을 자극할 수 있는 내용의 주장이 게시될 경우 비방수준이 올라가는 현상은 여전히 되풀이되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와 관련 보수우익 성향의 인터넷 신문 전문가들은 박 전 대표가 이미 오래전부터 연예인에 맞먹을 정도로 인터넷 상의 '넷심'을 장악해 온데다 박 전 대표를 지지하는 골수 네티즌들 중 상당수는 보수우익의 정권교체 보다는 인간 박근혜 개인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지지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그 원인이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따라서 '감성적 지지 성향'의 박 전 대표 지지 네티즌이 '이성적 지지 성향'의 이 후보 지지 네티즌에 비해 열성이나 결집도에서 앞서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 후보와 이 후보 캠프가 말로는 인터넷을 중시하고 사이버상의 민심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서도 실제로는 네티즌의 세계를 이해하려는 노력도 부족하고 정성은 더더욱 부족한데서 '인터넷에 명빠가 없다'는 고민의 해답을 찾아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지적하고 있다.
특히 수시로 인터넷을 활용하며 자신의 메지지를 전달하며 지속적으로 교감해온 박 전 대표와 달리 이 후보는 인터넷에 대한 이해와 인식이 부족하고 단순히 '이벤트용의 흉내내기'에 그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이 후보측의 박 전 대표 지지 네티즌의 마음을 일부라도 돌려 놓기위해서는 이 후보와 그 진영이 마음을 터놓는 진솔한 자세로 특단의 새로운 접근을 해야할 것이라고 주문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