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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례없는 청와대의 야당 대선후보 고소사건으로 대선판도가 들썩이고 있다. 5일 노무현 대통령의 비서실장 문재인씨의 고소방침 발표로 '이명박-노무현 전선'은 피할 수 없는 현 대선구도에서 최대 변수로 떠오르게 됐다. 한나라당은 청와대의 정치술수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신중한 자세를 취하면서도, '정윤재 신정아 게이트' 특검도입과 이명박 후보에 대한 국가기관의 '뒷조사'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 등으로 맞불을 놓을 태세다.
'대선개입'이라는 당연한 비판을 감수하고라도 노 정권이 직접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와 맞대결을 펼치게 된 배경에는 유력 야당후보의 공세에 맞서 정권을 보호해줄 여권주자가 전무하다는 현실과 경선레이스에 돌입한 여권주자 중 '친노파'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전략이 동시에 포함됐다는 분석이다. 대통합민주신당의 예비경선 결과에서는 5명의 본경선 진출자 중 반노(反盧) 후보가 1,2위를 차지했다.
때문에 야당 대선후보가 선거를 앞두고 정권과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당연한 수순임에도, 청와대가 '오버액션'으로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대선 링'위에 오를 수밖에 없지 않았느냐는 시각이다. 문씨도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 '이 후보에 대한 검증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냐'는 질문에 "대한민국의 유력 언론들이 검증하지 않고 있지 않나. 오히려 검증에 대해 펄쩍뛰고 있다"면서 "언론에는 의혹은 간데 없고 청와대 공작을 크게 보도했다"며 언론에 대한 강한 불만과 함께, 직접 '검증공세'에도 나설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후보측에서도 대선판에 뛰어든 청와대와의 전면전이 그리 나쁠 것만은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증공세가 격렬하던 지난 6월 '대운하에 누가 투자하겠나' '이명박 747은 멀쩡하게 살아있는 경제에 주사와 약을 놓는 것'이라는 등 노 대통령의 발언은 역설적으로 박근혜 전 대표측과의 공방에서 이 후보의 내상을 '줄여주는' 역할을 했다. 또 '이명박 죽이기' 공작배후로 청와대가 지목되면서 형성된 이명박-노무현 구도는 현 정권이 두려워하는 '강력한 후보'로서의 이미지를 이 후보에 더해줬다.
청와대의 이번 '고소 공세'가 한나라당이 이 후보 중심으로 결집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권연장세력과 정권교체세력의 구도에서 현직 대통령의 선제공격이 이 후보로서는 '해볼만한 전선'이라는 시각이다. 또 경선 후 박 전 대표 진영에서 표출된 불만 등으로 완전한 당 결집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청와대와의 대결'은 박 전 대표측 반발을 잠재우고, 이 후보 중심의 결집이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최근 당권·대권분리 준수를 요구하며 이 후보의 당 운영에 불만을 나타낸 박 전 대표측도 청와대의 행동에 이구동성으로 "상식에서 벗어난 일" "이해되지않는다"며 반발했다. 그러나 "당 지도부에서 알아서 할 것"이라며 적극적인 의사표시는 하지 않았다.
박 전 대표측 한 핵심의원은 "고소건은 말이 안되는 소리"라며 "야당 대선후보를 고소하겠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 상식에서 벗어난 일"이라고 비난했다. 한 중진의원도 "청와대가 할 일은 않고…"라며 혀를 찼다. 이 의원은 "고소꺼리가 되는 지 모르겠다"면서 "당 공작정치저지특위나 지도부에서 적절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구지역 초선의원 역시 "청와대가 본격적으로 대선판에 개입하겠다는 것 아니냐"면서 "레임덕을 방지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지만, 이해되지 않고 지나친 일"이라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