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정원장이 아프간 현지에서 인질석방 협상을 직접 지휘한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는 가운데 그는 그렇게 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하였다. 그리고 국정원 간부회의에서 "앞으로도 우리 국민이 위협에 처하면 설사 그것이 사지라 할 지라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의 이 발언은 국정원장의 직무가 무엇인지 잘 모르고 하는 것 같다.

    우리는 국정원장이 개인적으로 마치 수호천사가 되는 듯 용감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는 국가안보에 대한 책임자로서 구체적 사건 하나 하나에 대해 흔히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정의감이 강한 청년처럼 행동할 것을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가 국가안보에 대한 장기적 정책과 원칙 그리고 행동지침 등 보다 차원이 높은 업무에 집중할 것을 원한다.

    이번 인질 사건만 해도 그렇다. 이번 사건 하나만 두고 본다면 무슨 수를 써서든 인질을 석방하도록 협상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사건이 이번 한번만 일어난 것이 아니다. 이미 세계 각국에서 수도 없이 인질 사건이 벌어졌다. 그리고 앞으로는 더 많은 인질 사건이 일어날 것이다. 이미 한국인은 세계 곳곳에 들어가 있고 한국이 경제적으로 부유한 나라로 알려져 있어 한국인을 납치할 동기가 생겼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차원에서, 그 핵심 담당자 중의 한 사람이 국정원장이라고 생각되지만, 생각해야 할 점은 장기적으로 어떻게 하면 한국인에 대한 납치사건을 줄이고 한국인의 생명에 대한 위협을 감소시킬 것인가에 대한 정책적 판단과 기본원칙의 도출 그리고 행동지침의 개발 등이다.

    납치사건이 이번 한번뿐이라면 국정원장이 맨손으로 현지에 가든 또는 권총을 차고 가든 상관이 없다. 그리고 용감하게 목숨을 걸고 탈레반과 협상을 하여도 좋다. 그러나 납치사건은 이번으로 종식되지 않을 것이며 우리는 앞으로도 더 많은 납치사건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정원장이 현지에 가서 언론에 자신의 존재를 공개하면서까지 협상지휘를 한 것은 어떻게 보아도 적절한 행동은 아니었던 것 같다. 납치사건때마다 국정원장이 직접 협상에 나서라고 납치자가 요구하면 국정원장은 그 때마다 현지로 날아갈 것인지 묻고 싶다.

    그러나 그의 이번 행동이 부적절하였다는 것은 이미 여로 경로를 통해서 지적되고 있다. 우선 탈레반과 한국정부가 일대일로 협상을 벌여야 했는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탈레반은 한국군이 파견되어 있는 아프가니스탄의 반정부단체다. 뿐만 아니라 미국은 현재 대테러전을 수행중이며 탈레반은 미군에 의해 권력에서 축출된 집단이다. 한국이 동맹국인 미국의 대테러전쟁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하고 아프가니스탄 정부의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

    그런 가운데 한국이 단독으로 탈레반과 인질석방협상을 벌인 것은 반정부단체의 지위를 격상시키고 한국정부의 지위를 격하시킨 결과를 가져왔다. 나이지리아에서 심심찮게 벌어지는 무장단체의 납치에 대해서도 한국정부가 일일이 협상자로 나설 것인가? 그렇지 않다면 이번 탈레반과는 한국정부가 직접 협상해야 할 특별한 이유가 있었는가?

    보다 근본적으로는 납치사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본적 원칙의 문제, 그리고 납치사건에 대한 한국 정부의 기본정책의 문제가 있다. 반정부단체가 한국군의 철수를 요구하면 언제나 그 요구를 수용할 것인가? 그렇다면 한국의 외교국방정책이 일개 무장단체의 한국인 납치에 의해 변경될 성질의 것인가에 대해 근본적으로 생각해봐야 한다.

    뿐만 아니라 인질 석방 대가로 막대한 금액의 돈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한국인이 납치될 때마다 앞으로 돈으로 해결하기로 정책을 정한 것인가? 그렇다면 이 정책이 세계 각국의 반정부단체나 무장단체에게 한국인을 납치하라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떤 대책을 세워놓았는가? 그리고 납치사건이 생기면 그 때마다 국정원 직원이 직접 협상에 나가기로 방침을 세웠는가?

    이런 기본적인 문제에 대해 국정원장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그리고 종합적인 관점에서 합리적인 정책을 수립하고 또 원칙을 도출하고 행동원칙을 정해야 한다. 이것이 국정원장이 해야 할 일이고 이런 직무를 수행하라고 국민이 세금을 내서 봉급을 주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국정원장이 직접 아프가니스탄으로 간 직접적인 이유는 아마도 그가 비밀리에 북한을 방문하여 노무현의 굴욕적인 평양방문 협정에 조인하고 돌아와서 받게 된 국민의 비난을 피하거나 인질사태 해결에는 관심도 없이 그 순간에 평양에 있었다는 비난을 무마하기 위한 정치적 제스쳐가 아닌지 의문스럽다. 그렇기에 그는 의도적으로 언론에 노출되었을 것이다. 자신의 정치적 곤궁을 이런 식으로 풀려고 하는 그는 국정원장의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이 모든 것이 노무현 정권의 무자격 무능력의 한 표본에 지나지 않는다.

    <객원칼럼니스트의 칼럼 내용은 뉴데일리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