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라이트 진영의 기관지격인 '시대정신'이 조정래씨에 이어 이번에는  유대계 러시아인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박노자 노르웨이 국립오슬로대학 한국학과 교수를 비판하고 나서 주목을 끌고 있다.

    뉴라이트재단(이사장 안병직)과 헤럴드미디어(대표이사 홍정욱)가 공동 발행하는 시대정신 가을호(통권 36호, 9월 1일 발행 예정)에서 경제사학회 편집위원인 김재호 전남대학교 교수가 진보시인으로 알려진 박노자 시인을 박씨가 쓴 '당신들의 대한민국'을 통해 비판하고 나선 것.

    김 교수는 <서구와 근대를 금수로 거부했던 위정척사파의 시선  '당신들의 대한민국' 을 중심으로>란 논문을 통해 "박씨는 한국 근현대사를 한마디로 총체적으로 부정한다"며 " 박노자는 한국의 모든 근대화는 자본주의의 착취와 제국주의 수탈의 강화 과정이고 제국주의를 닮아가는 내면화 과정으로 본다"고 박씨의 시대관을 비판했다.

    김 교수는 박씨가 "개화파로부터 대한제국 말기의 애국계몽 운동, 그리고 병합 이후 부르주아 민족주의자에 이르는 근대화 노선을 결국 제국주의자들의 우승 열패의 사회진화론을 익혀 폭력성을 내면화하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관련, "전근대 동아시아 유교문명이 예(禮)를 준거로 사람들을 차별없이 포용할 수 있 었던 사회라고 믿지 않는다. 자국민의 월경을 철저하게 막고 민간의 어떠한 교류도 금압하였던 것은, 일제 하의 조선이나 한국이 아니라 전근대국가 조선이었다면서 박씨의 주장을 반박했다. 

    또 “개인의 사적 소유가 보장되는 시장경제에 입각한 한국의 자본주의 체제와 사적 소유를 부정하고 지령으로 작동하는 북한의 사회주의 체제가 그렇게 강조하는 개인의 자유에 대해서 아무런 차이도 발생시키지 않는지 알고 싶다“며 비판했다.

    김 교수는 아울러 “박씨가  꿈꾸는 대한민국은 높은 사망률과 짧은 수명을 자연의 섭리로서 수용하며 경쟁에 노출되지 않는 자족적인 소규모 사회"라고 규정하며 "지구상의 모든 지역이 이 같은 '촌락공동체'로 구성된다면 세계 전쟁도 국가 폭력도 없을 것이다. 아마도  노자가 꿈꾸었던 사회가 이에 가까울 것이다. 그곳은 시장도 국가도 없겠지만, 사회적 관습과 자연적 한계에 갇혀 문명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착한 야만인’들이 사는 곳일 것이다. 박씨가 기꺼이 이주하고자 하는 이곳의 주민들이 '이성적이면서도 애타적인 개인주의자'로 거듭나서 사회주의 신문명을 건설할 날이 오기를 기다려 보기로 하자"며 박씨 주장의 허황됨을 비꼬았다.

    이번 김 교수의 박씨 비판은 시대정신이 기획연재하고 있는 '우리시대의 진보 지식인' 5번째 기획물이다. 지난 여름호에서는 서울대 이영훈 교수가 소설가 조정래씨의 '아리랑'을 비판해 화제를 모았다.

    본명이 블라디미르 티호노프인 박씨는 구 소련에서 모스크바 대학과 대학원을 마치고 한국에서 교수로 잠시 활동하다가 현재 노르웨이의 오슬로대학 한국학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그가 쓴 한국사회에 대한 인상기들은 3년 정도 한국에서 생활한 경험을 바탕으로 발표한 것들로 한국의 민족주의와 국가주의를 비판했다. 그는 자신을 스스로 마르크스주의 사회주의자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