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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2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후보는 21일 경선 승리 후 처음으로 당 회의에 나가 “한나라당은 이제 색깔이나 기능면에서 국민의 기대와 시대 정신에 맞게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고 한나라당의 대대적 변화를 요구했다.
지금 국민의 기대와 시대 정신은 나라의 공기를 바꾸라는 것이다. 좌절이 자리했던 곳에 진취와 도전의 정신을, 분열과 반목이 똬리를 틀고 있던 곳에는 화합과 협력의 기운을 새로 불어넣음으로써 국가적, 국민적 새 출발의 계기를 만들어내라는 명령이다. 1000년 만에 찾아온 이 세계사적 호기를 놓치지 말고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세계의 주역으로 나아가 보자는 것이다.
나라의 기운과 국민의 마음을 바꾸려면 오늘의 문제에 정면으로 맞서는 기백을 갖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야당 생활 9년은 그런 기백을 찾으려야 찾을 수 없는 세월이었다.
한나라당 경선은 진흙탕싸움이라고 많은 비판을 받았다. 그래도 한 가지 국민을 놀라게 한 것은 ‘이 사람들도 이렇게 악착같이 무섭게 싸울 줄 아는구나’라는 새로운 발견이었다. 한나라당의 문제는 제 밥그릇이 걸린 일에만 전력 투구한다는 것이다.
야당을 받치는 것은 국민의 지지와 살아있는 언론이다. 이 정부는 야당의 두 받침대의 하나인 언론을 허물기 위해 집요한 공세를 벌여왔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이 정권이 취재와 보도의 자유라는, 언론의 목숨에 대못질을 하고 있는 와중에도 하나마나한 코멘트만 날려왔다. 매사가 이랬다. 그런 야당에게 어느 국민이 나라의 주역 자리를 안겨주겠는가. 한나라당에게 나라의 주역이 될 포부가 있다면 제 밥그릇 문제만이 아니라 나라의 문제에 그런 집념과 투혼으로 부딪쳐야 한다. 나라에 새 기운이 돌게 하려면 먼저 한나라당 안에 새 기운이 돌아야 한다.
이 후보가 한나라당을 바꾸려면 이 후보 스스로가 먼저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 바뀌려면 던질 줄 알아야 하고, 이어가려면 끊을 줄 알아야 하고, 더 소중한 것을 지키려면 나머지 것을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한다. 이 후보는 던지고 끊고 포기하는 자세로 먼저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의문에 부딪쳐야 한다. 의혹을 일도양단하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래야 당도 바뀐다.
던지고 끊고 포기하는 자세로 안보와 경제 구상 모두를 새롭게 재검토하지 않으면 안 된다. 간판 공약인 ‘한반도대운하’부터 손 댈 각오를 해야 한다. 그런 각오 아래 재탄생한 공약이 아니고선 국민의 마음을 잡을 수 없을 것이다.
선거는 국민의 마음을 잡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은 무조건 시류에 영합해오는 것을 높이 치지 않는다. 나라가 가야 할 길이 아니라면 시류와 여론에 대해서도 바른 소리를 하고 새 방향을 제시하며 설득할 줄 알아야 한다. 국민은 때로 비굴한 순응보다 이렇게 당당한 목소리를 믿고 따르는 법이다. 이 후보가 바뀌어야 당이 바뀌고, 당이 새로워져야 이 후보 역시 다시 새로워지는 것이다. 이 후보와 한나라당은 ‘바뀌어야 한다’, ‘새로워져야 한다’는 시대의 명령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