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20일 경선 결과에 깨끗이 승복했지만 그의 지지자들 중 일부는 “원천 무효”를 주장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전당대회가 끝난 뒤 무대에 올라가 시위까지 벌였다.

    이날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오후 12시경부터 시작된 개표는 당초 예상보다 일찍 오후 3시 30분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당선이 유력한 것으로 그 윤곽이 드러나면서 박 전 대표 지지자들 중 일부가 동요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선거인단 투표에서는 박 전 대표가 앞섰지만 여론조사에서 뒤져 패했다는 소식을 접하자 “여론조사가 조작됐다”며 ‘경선 무효’를 주장했다.

    개표가 한 시간가량 빨리 끝나면서 당 선거관리위원회의 공식 발표에 앞서 이 전 시장의 당선이 유력하다는 언론보도가 나가자 박 전 대표 지지자 20여명이 객석에서 “경선 무효”를 외치기 시작했다. “차분하고 신중하게 결과를 기다려 달라”는 나경원 대변인의 당부도 소용없었다.

    박관용 선관위원장이 이 전 시장 당선을 공식 발표하면서 이들의 시위는 격해졌다. 박 전 대표는 “경선 패배를 인정한다. 경선 결과에 깨끗이 승복한다”고 말했지만 박사모를 비롯해 그의 지지자 50여명은 전대가 끝난 뒤 ‘투표에서 승리하고 여론조작에 강탈당했다’ ‘부정선거 원천무효 여론조작 경선무효’ ‘세계 유일의 부정선거 이명박은 물러가라’ 등이 적힌 플래카드까지 즉석에서 만들어 단상 점거 농성을 벌였다.

    박사모는 이날 성명서를 두 번이나 내면서 “이번 경선 여론조사는 마감시간인 오후 8시를 넘겨 10시까지 연기해 추가 여론조사를 했다고 한다”며 “이번 경선은 원천 무효다. 당원과 국민의 이름으로 추악한 부정선거를 규탄하고 재선거를 실시하라”고 주장했다. 또 “이번 경선은 핸드폰 부정선거, 대리투표로 완전한 부정선거로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박사모 대표 정광용씨는 ‘부정선거’ ‘경선불복’이 적힌 종이를 들고 울음을 터뜨렸다.

    서울 관악구에서 온 김영곤(57)씨는 “어떻게 1시간 먼저 개표 결과가 발표되느냐. 뭔가 있다. 이게 말이 되느냐”고 격분했다. 일부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에 초토화된다” “이것은 공작정치다. 후손들에게 이런 정치를 물려줄 수 없다” “이것은 쩐의 승리다” 등의 격한 말이 나오기도 했다. 이들은 경찰과 당 관계자들에 의해 30여분만에 항의시위를 접고 해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