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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선 기간 내내 ‘거친 말’만 주고받았던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오랜만에 서로를 ‘칭찬’했다. 20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선출 전당대회에서다.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는 이날 당 지도부가 경선 이후 당의 단합을 위해 마련한 ‘화합의 토크 한마당’에서 서로 칭찬했지만 ‘뼈’가 담겨 있었다.
박 전 대표는 이 전 시장의 가장 큰 장점으로 ‘추친력’을 꼽았다. 그는 “이 전 시장의 추진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라며 “어려움이 있을 때도 도전하고 꿋꿋이 밀고 나가는 그 힘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은 “박 전 대표가 이번 토론이나 유세 과정에서 강하게 나를 공격하는데 큰 일 났다 싶었다. 그런데 들어올 때 나를 보고 슬쩍 웃으면 내 마음이 다 풀어져 버린다”며 “내가 좀 싸우고 싶은데 도저히 싸울 수가 없다. 다 공격하고 들어와서 싹 웃는데 다 넘어가 버렸다”고 했다. 이어 “박 전 대표는 강하면서도 부드러운 면을 갖고 있다”며 “대중 정치인으로서 대단한 장점이다. 양면을 다 갖고 있다”고 말했다.
경선 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말해달라는 사회자 송지헌 아나운서의 요청에 박 전 대표는 “마지막(18일) 지지선언을 하신 분들은 서울에서 노점상과 자영업을 하는 분들 2800여명이었는데 그 글귀가 지금도 귀에 맴돈다”며 “우리나라를 세계 최고의 나라로, 모든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이 전 시장은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했을 때를 떠올리며 “60대 할머니가 나를 덥석 껴안고 ‘살려주이소’라고 말하는 것을 보고 어머니 생각이 나서 눈물이 났다. 잊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후 3시경 이 전 시장의 당선이 유력시된 것으로 확인되기까지 양 캠프 관계자와 지지자들은 개표상황에 촉각을 기울이며, 조그마한 정보라도 더 얻기 위해 발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개표시작 무렵 박 전 대표가 이 전 시장을 앞서가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진행상황을 꼼꼼히 체크하던 박 전 대표측은 역전의 희망을 가지며 반색했고 곧 서울지역 개표에서 이 전 시장이 근접했다는 소식에는 이 전 시장측에서 구체적인 표계산에 들어가기도 했다. "서울에서 이 전 시장이 많은 격차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에 양 캠프는 여론조사결과를 대입하며 승패를 따져보며 분주히 움직였다.
이 전 시장측 팬클럽 MB연대는 이 전 시장의 승리가 확정되자 "이제 대선이 121일 남았다"며 모든 후보와 캠프 관계자들에게 협력을 의미하는 장미꽃 121개를 선물했다.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 마스크를 쓴 이도령과 성춘향 복장을 한 회원들이 가 사이좋게 행사장에 들어와 객석을 돌며 화합을 위한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