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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7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김성호 법무장관이 6일 “지난달 말 대통령을 만나 사의를 표명했다. 최근 언론에 거취에 대한 보도가 잇따라 인사권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사표를 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김 장관의 사의를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김 장관이 자기 손으로 사표를 냈다지만 사실은 청와대가 밀어낸 것이다. 김 장관은 조선일보가 지난달 23일 “법무장관이 교체될 것 같고 청와대가 이미 법조계 인사 3명에 후임 수락의사를 타진했다”고 보도한 후 그 세 사람에게 청와대의 의사타진 사실을 확인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청와대 대변인은 이 보도에 대해 “현재로선 김 장관 교체 계획이 없다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 김 장관 입장에선 “그만두라”는 말을 듣는 것보다 더 얼굴이 화끈거렸을 것이다.
새 법무장관의 수명은 국회 인사청문회와 대통령선거 일정을 감안하면 4개월가량이다. 이런데도 억지로 새 장관을 들여야 할 만큼 김 장관이 큰 실책을 한 것이 없다. 문제라면 김 장관의 소신(所信)이 문제였다.
김 장관은 작년 말과 올해 초 “분식회계를 자진 신고하는 기업엔 형사처벌을 면제해주겠다” “기업을 상대로 한 무분별한 소송을 막기 위해 맞소송을 허용하겠다” “불법파업을 하면 월급이 올라가는 관행을 고쳐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 언론은 이런 김 장관 말을 경제에 숨통을 터주기 위한 ‘소신 발언’이라고 보도했다. 청와대는 이 발언에 담긴 뜻을 곱게 보지 않았다고 한다. 김 장관은 6월 11일엔 국회에서 “공직선거법의 공무원 선거중립 의무 규정이 위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선거법을 “세계에 유례가 없는 위선적인 법”이라고 비난한 사흘 뒤였다. 청와대의 반응이 어땠을지는 물을 필요가 없다.
전임 국정원장은 국정원이 386운동권 출신 간첩단사건 혐의자들을 체포한 지 이틀 만에 사표를 냈다. 이 정권은 폭력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시위대 2명이 사망한 것을 책임지라며 경찰청장을 밀어냈다. 이 정권 아래선 바른 말 하는 사람, 운동권 출신의 젊은 실세들과 각을 세운 사람, 자기 업무를 소신(所信)있게 처리한 사람은 버텨낼 수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