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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번의 대선주자 합동연설회를 통해 승기를 굳히려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바람몰이로 역전을 노리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힘겨루기는 쉽게 찾아내기 힘든 미세한 부분에서도 치열하다.
매 토론회 때 마다 '필승론'과 '필패론'으로 격돌하고 있는 두 유력주자는 연설 직전 상영하는 3분짜리 홍보영상물과 연설 직후 시작멘트에서도 적잖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일반인들이 쉽게 찾아내기 힘들지만 두 대선주자는 이 짧은 시간에도 상대진영을 자극하는 영상과 멘트로 충돌한다.
박 전 대표의 경우 연설 전 상영하는 3분 짜리 홍보영상물을 통해 이 전 시장 진영의 신경을 건드린다. 3분간의 홍보영상물에는 박 전 대표 측 인사들 보다 이 전 시장을 지원하는 의원들과 캠프 관계자들이 더 자주 등장하고 있다. 박 전 대표가 2004년 4·15총선 당시 천막당사의 선거상황판에서 당선자를 확인하고 축하하는 장면에서는 이 전 시장 캠프의 공동선대위원장인 김덕룡 의원에게 꽃을 달아주는 모습을 내보냈다.
박 전 대표의 4·15 총선 지원유세 장면에서도 캠프의 부위원장 겸 경북선거대책본부장인 권오을 의원과 이 전 시장 측으로 분류되는 이병석 의원에 대한 지원유세 장면을 넣었다. 또 사립학교법 장외투쟁 당시 장면에서도 이 전 시장 캠프의 부위원장인 전재희 의원이 등장한다.
이외에도 박 전 대표가 2004년 3월 23일 임시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뒤 다음날 여의도 당사를 버리고 현판을 떼 천막당사로 이동하는 장면에서도 이 전 시장의 큰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과 이병석 의원이 등장하며 지방유세 장면에서도 이 전 시장 캠프의 송태영 공보특보가 나온다. 반면 현재 박 전 대표 측 의원들이나 캠프 관계자들의 등장 횟수는 이 전 시장 측 인사들보다 적다.
반면 이 전 시장은 단 한 번도 빼놓지 않고 아프가니스탄 피랍사태의 피해자들을 위로하고,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면서 연설을 시작한다. 국가적 사태에 대한 관심을 표하며 선두주자로서 차별화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 전 시장은 연설 모두에 각 연설회가 열리는 지역의 광역단체장을 거론해 눈길을 끈다.
지난달 27일 울산연설회에서 이 전 시장은 " 국민소득 200달러도 안되던 시절, 하면된다는 정신하나로 조선소와 자동차공장이 건설됐던 울산이 지금은 인구 110만명에 가장 살기좋은 앞서가는 도시로 변했으며, 울산의 국민소득이 이미 작년 4만달러를 초과했다. 또 이 도시가 석유화학단지로 대기오염 가득찬 공해도시였지만, 지금은 태화강의 맑은 물이 흐르는 생태 도시가 됐다"면서 "이것은 박맹우 울산시장의 큰 공로"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박 시장에게 박수를 보내달라"며 유도하기도 했다. 울산은 이 전 시장이 박 전 대표에 비해 상당한 우위를 점한 곳으로 평가되는 곳이며, 박 시장도 '우군'으로 알려져있다.
이 전 시장은 또 31일 강원연설회에서는 평창의 동계올림픽 유치 실패를 위로하면서 "삼 세번째 우리 한나라당과 함께 동계올림픽 도전하자"며 "우리 김진선 지사님 수고 많으셨다. 희망을 잃지 말자"고 격려했다. 상대적 열세지역으로 알려진 강원에서의 지지세 만회를 위한 '배려성' 멘트가 아니냐는 시각도 나왔다.
그러나 앞선 26일 부산연설회와 3일 청주에서 열린 충북연설회에서는 허남식 부산시장과 정우택 충북지사가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 허 시장과 정 지사는 박 전 대표에 우호적 인사로 분류된다. 청주에서는 정 지사와 이 전 시장간 '가시돋친' 농담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