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 말이 있다. 나이 40이 지나면 얼굴표정에 인격이 다 표현된다고. 그래서 얼굴에 책임을 진다는 말도 있다. 마음이 곧 표정으로 나타난다는 말이다.

    그런데 한나라당의 두 대선후보의 표정변화를 보면 아주 대조적이다. 아마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 깊은 속내를 다 들여다보지 않아도 겉으로 드러나는 표정만 보면 두 후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짐작할 것만 같다.

    우선 박근혜 후보의 표정은 그 이전보다 많이 어두워진 것 같다. 당대표시절 박 후보의 표정은 밝고 맑았다. 그야말로 깨끗한 이미지가 자랑거리였다. 단정하게 빗어올린 머리하며 화장끼가 전혀 없는 맑은 얼굴과 온화한 표정, 누가 보아도 멋있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었다.

    이에 비해 이명박 후보의 표정은, 말하기 좀 어렵지만, 그렇게 온화하거나 인격자답거나 한 나라의 지도자와는 좀 어울리지 않는 듯하였다. 어떤 이는 이명박 후보의 표정이, 글로써 밝히기 어려운 XX같다고 말하기도 하였다. 사실 이명박 후보의 얼굴은 흔히 잘 나가는 정치인에게서 볼 수 있는 미남 배우 같은 모습은 전혀 없었다.

    그런데 경선 선거 운동이 본격화 되면서 두 후보의 얼굴 표정은 바뀌기 시작하였다. 우선 박근혜 후보는 어느 날 갑자기 머리를 풀어헤쳤다. 언제나 단정하던 모습이 사라지고 마치 시장에서 흔히 마주칠 수 있는 아줌마의 얼굴로 변한 느낌이었다. 외모가 곧 마음을 나타낸다면 이렇게 변한 박 후보의 얼굴은 마음이 좀 복잡해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처럼 보였다.

    한편 이명박 후보의 표정은 점점 더 밝아지기 시작하였다. 아마 누구나 다 그 변화를 읽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전에 느껴졌던 품위가 좀 없어 보이는 듯한 얼굴 표정이 긍정적인 이미지를 투사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우리가 살아오는 동안 친구들의 표정변화를 보면서 많은 것을 느끼게 된다. 어린 시절 마치 천사와 같았던 친구의 표정이 중년이 되어 동창회에서 만났을 때 어두운 그림자를 띄운 찌그러진 얼굴로 변해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실망한 예가 있을 것이다. 반대로 어릴 때는 그리 주목받지 못했던 친구의 얼굴이 중년이 되어 환~하게 밝아져 있어 보는 사람도 즐거운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표정은 변한다. 표정은 마음의 상태를 비춰주는 거울이다. 좋은 생각을 하면 좋은 표정이 나타나고 나쁜 생각을 하면 나쁜 표정이 나타나게 마련이다.

    그런데 최근 한나라당 합동유세를 보면서 이런 생각은 더 굳혀지게 되었다. 이렇게 말하면 또 소위 ‘빠’들로부터 어떤 격렬한 반응을 받게 될 것이 틀림없지만,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박근혜 후보의 표정은 더 굳어져 있고 목소리도 여유가 없어졌다. 심하게 말하면 동화책이나 어린이를 위한 영화 등에서 볼 수 있는 XX같은 표정으로 바뀌어져 있다. 연설 내용도 보면 이명박 후보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어 듣기에 민망할 뿐만 아니라 심하게는 짜증이 난다고 말하는 사람도 꽤 많이 늘었다. 좋은 말을 하는 사람은 보기에도 좋으나 욕을 하는 사람은 보기에도 거부감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박근혜 후보는 지나치게 부정적 언사로 인해 자기 자신의 얼굴표정도 어두워진 느낌이다. 물론 듣는 사람도 짜증스럽다.

    반면에 이명박 후보는 별로 좋게 비치지 않던 얼굴 표정이 밝아졌다. 밝아졌을 뿐만 아니라 이제는 마치 하회탈 같이 훤한 웃음이 만면에 가득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연설 내용도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로 가득 차 있다. 상대방은 못났고 자신은 잘 났다는 식의 부정적 비교가 아니라 오직 자신이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긍정적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그 결과 얼굴 표정이 예전과는 달리 밝아졌고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편안한 느낌을 갖도록 하는 것 같다.

    결국 신비로운 힘의 원천은 마음이다. 옛말에 마음을 곱게 먹으라는 말이 있다. 마음을 곱게 먹으면 매사가 잘 풀린다는 뜻이다. 상대방의 약점이나 부정적인 면에 집착하게 되면 자신도 그런 부정적인 생각에 찌들어 움추러 들게 되고 표정도 어두워지며 따라서 보는 사람의 마음도 불편하게 한다. 또한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는 말도 있다. 자신이 험만 말을 하면서 상대방이 즐겁게 자신을 대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다. 부정적인 말을 하는 사람은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하게 되니 점점 더 어두워지게 된다.

    생각건대 이명박 후보의 표정이 밝아져 마치 하회탈 같이 변한 것은, 박 캠프의 온갖 네거티브 검증 공세에도 불구하고 박 캠프를 끌어안고 가겠다는 긍정적 자세와 박 후보에 대한 부정적인 공격보다는 자신의 긍정적인 면을 투사하는데 더 집중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 마음의 차이가 표정의 차이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런 말이 있다. 어려울수록 돌아가라고.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힘들수록 여유를 가져야 한다. 박 캠프에 한 마디 충고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어려울수록 여유를 가지라는 것이다. 마치 이번 경선에 실패하면 지구의 종말이라도 올 듯이 올인하게 되면 저절로 여유를 잃어버리게 되고 심지어 재기의 기회마저 잃게 된다. 어려울수록 상대방을 포용하고 좋은 면에 대해 이야기 하며 칭찬에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악운이 행운으로 변하게 된다.

    운명은 스스로 개척한다는 말이 있다. 인격과 성격이 곧 운명이라는 말도 있다. 이런 말은 곧 자극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개인의 운명이 결정되며,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사람은 행운을 얻을 수 있지만 부정적으로 반응하는 사람에게는 불행밖에 얻을 것이 없다는 말이다.

    이번 경선을 지켜보는 우리들의 걱정은 이렇게 원수처럼 헐뜯다가는 경선이 끝난 후 결과에 대한 승복은커녕 파탄이 나지 않을까 걱정이다. 제발 남은 선거 기간이나마 서로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지 말고 서로 치켜세우며 칭찬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가기를 바란다.

    우리의 전통적인 미덕은 자신의 덕은 낮추고 상대방의 덕은 높이는 것이다. 내가 부덕하다고 말해도 사람들은 그의 덕이 높음을 잘 알고 있으며 내가 덕이 높다고 하여도 사람들은 그의 덕이 높지 못함을 잘 알고 있다. 겉으로나마 상대방이 나보다 낫다고 칭찬하면 사람들은 그 말이 당연히 의례적인 것이며 자신의 덕을 높이고 인격을 고양시키기 위한 것이란 것을 안다. 겉으로나마 상대방을 헐뜯으면 사람들은 속으로 그가 잘 난 것이 뭐가 있나 곰곰이 생각해보게 된다.

    이번 경선기간 동안에 바뀐 두 후보의 얼굴표정을 보면서 어려울수록 여유를 가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새삼 깨닫게 된다. 비록 내일 지구에 종말이 온다고 하더라도 오늘 여유롭게 자신의 인격을 지키는 사람은 여유로움을 즐길 수 있을 것이나 여유를 잃고 광분하게 되면 그 잠시의 삶이나마 망가지게 된다. 마치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올 것처럼 행동하는 것은 스스로 자기 자신을 옭아매는 것이다. 모두를 잃어도 마치 모두를 얻은 것처럼 여유롭게 행동하면 오히려 모든 것을 얻게 될 것이다. 극한 속의 여유! 이런 여유 속에서 인격이 나오는 것이 아닐까?

    <객원 칼럼니스트의 칼럼은 뉴데일리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