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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범여권 대선주자들 사이에선 영화 '화려한 휴가' 관람 붐이 불고 있다.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로 개봉 전 부터 화제가 됐고 대선 전 영화가 개봉되면서 곧바로 정치적 논란에 휩싸였다.
범여권은 이 영화가 이번 대선에 영향을 미치길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다. 이 영화의 "관객 500만이 넘으면 이번 대선에 영향을 끼칠 것"이란 노골적 기대도 내비치고 있다. 이 영화는 개봉 첫주에 관객 100명을 넘기며 박스 오피스 1위에 등극했고 개봉 8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등 화려한 성적표를 받았다.
이 영화의 흥행은 한나라당에게 적잖은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치컨설팅업체 '민'의 박성민 대표는 지난달 30일 한나라당 '당이 중심이 되는 모임'(중심모임 회장 맹형규)주최 토론회에서 이 영화가 "범여권을 한 순간에 접착시킬 수 있다"고 했고 이번 대선이 역사인식 프레임(구도)으로 치러질 경우 "한나라당은 이기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그는 "'관람객이 500만을 넘으면 이번 대선에서 이긴다'는 범여권의 호언은 근거없는 것이 아니다"고도 했고 한나라당에는 "이런 선거구도를 깰 만한 선수가 없다"고 했다.
이 영화를 통해 기대하는 범여권의 전략은 단순하다. 5·18을 잘 모르거나 혹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 20~30대 유권자에게 5·18을 인식시키고 5·18에 큰 영향을 받은 40대에게 당시 기억을 상기시킨 다는 것이다. 이 연령층의 이념이 개혁성향으로 범여권 지지성향인 만큼 이 영화를 통해 지지세력 재결집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
동시에 한나라당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켜 이번 대선을 범여권에 유리한 '민주 대 반민주'구도로 만들어 보겠다는 판단도 깔려있다. 상황이 이렇자 한나라당에서도 이 영화를 관람하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영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 반응을 자제하던 한나라당은 영화가 초반부터 흥행하자 긴장하는 눈치다.
2일 비공개로 진행된 최고지도부 회의에서는 호남출신인 한영 최고위원이 "'화려한 휴가'의 제작자가 유인태 의원의 동생인 유인택씨로 범여권 주자들이 광주에서 모두 관람하니 우리도 8월 5일 합동연설회전 관람을 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연설회 중단'사태로 당초 계획했던 날짜에 연설회를 하지 못한 지역이 광주인 만큼 광주연설회 전 영화관람 이벤트로 호남민심을 돌려보자는 취지로 읽힌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흥행이 이번 대선정국에 미칠 악영향에 대한 우려에서 나온 제안으로 풀이된다.
이에 강재섭 대표는 "아프간 사태로 엄중한 시기에 영화를 단체 관람하는 것은 적절치 못한 것 같다"며 일단 영화관람을 보류시켰다. 그러면서 "아프간 사태 이후에 이 문제는 다시 논의하자"고 했다. 한나라당은 이 영화가 대선에 미칠 영향을 애써 무시하고 있지만 영화가 흥행하면서 적잖이 신경 쓰이는 모양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