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11일 사설 '한나라당이 오해와 오판을 거듭하면'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9일 언론 인터뷰에서 “이명박 후보는 ‘이 재산이 당신 것이냐’고 물으면 ‘이런 점에서 내 것이 아니고 처남이 이렇게 한 것이다’고 설명해야 하는데 자료가 어떻게 유출됐는지만 따진다”고 말했다. 그는 “박근혜 후보도 고 최태민씨와의 관계 등을 물으면 ‘훌륭한 분인데 (그런 분에게 의혹을 제기한다면) 벼락 맞을 일’이라고만 한다. 그래서야 해명이 되겠느냐”고 했다. 강 대표는 “안강민 당 검증위원장이 ‘(이 후보 측이 박 후보 측을 검찰에 고소해) 검증위 자료를 다 검찰로 가져가는 상황에선 사표를 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차원의 후보 검증이 사실상 물 건너가고 있음을 실토한 것이다.

    한나라당이 검증 과정에서 국민이 혀를 차게 하는 실태를 되풀이하는 사이 50%에 육박하던 이 후보의 지지도는 푹푹 꺼져 39.5%까지 주저앉았고, 박 후보는 30% 벽 앞에서 쳇바퀴만 돌고 있다(6월 30일 TNS 조사). 반면 범여권은 곱이곱이 돌면서도 후보 단일화만이 재집권의 길이라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 가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TNS는 최근 “실제 한나라당 고정 지지층은 40%일 뿐이고 최종 선거결과는 부동층 37%의 향배에 달렸다”고 분석했다. 누가 경선에서 이겨도 본선 승리의 보장이 없다는 뜻이다. 2002년 대선 때 이회창 후보가 노무현 후보를 5~10%포인트 차로 계속 앞서다 11월 말 여권 후보 단일화가 이뤄지자마자 노 43.5%, 이 37%(한국갤럽)로 금세 역전됐던 사태가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후보는 툭하면 “대통령으로서 결격 사유가 없다”고 말하면서도 자신의 ‘형과 처남’이 동업을 하는 기이한 일이 어떻게 해서 빚어졌고 후보 자신이 한두 번도 아니게 처남에게 부동산을 매각하는 일은 또 어찌된 영문인가에 대해 속 시원한 해명을 못하고 있다. 박 후보도 “무슨 문제가 있었다면 벌써 나왔을 것”이라면서 최모씨 의혹을 분명히 해소하지 못한 상태다. 누가 한나라당 후보가 돼도 여권이 노리는 ‘한 방’의 과녁을 쉽게 벗어나기 힘든 처지인 것이다. 그런 두 사람이 입으론 “경선이 끝나면 선출된 후보에게 힘을 모아줘야 한다”고 하고 있지만 그걸 곧이곧대로 믿는 국민은 거의 없다.

    이명박 박근혜 두 후보는 본인 입으로 자기에게 쏠린 의혹을 명쾌하게 해명하는 걸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된다. 국민들은 해명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뭔가 있다’는 생각을 굳히게 될 것이다. 결국 경선에서 이겨도 ‘약점 있는 후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게 된다.

    다른 하나는 누가 경선에서 이겨도 본선은 힘겨울 수밖에 없고 두 사람이 합치지 못하면 본선은 보나마나라는 국민의 생각이 점차 커 가고 있음을 확실히 알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오해와 오판의 결과는 패배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