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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16일자 오피니언면 이 신문 윤창중 논설위원이 쓴 ‘이해찬 시나리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정동영 김근태는 억장이 무너질 것이다. 왜 우리들만 좌파 무능 정권의 공적 1호로 욕 먹고 있나, 이해찬은 쏙 빠지고. ‘잃어버린 10년’의 최대 수혜자는 순서대로 따져보면 이해찬이 맨 앞 아닌가. 김대중(DJ) 정권 시절 두번이나 정책위 의장을 맡은 좌파 정권 설계의 책사, 교육 현장을 쑥대밭으로 만든 교육부 장관, 노무현 정권에서 국무총리로 국회에 나가 “한나라당은 ‘차떼기 당’”이라더니 강원도 산불 때, 3·1절에는 부산에 내려가 골프 치다가 들통나 물러난 사람? 그런데도 이해찬이 노무현의 후광으로 ‘친노 열린우리당’에서 대선 후보로 추앙된다니.
정동영 김근태는 부아가 치밀 일이다. 왜? 열린우리당을 나가는 건 시베리아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임을 알기 때문에. 김근태가 살신성인으로 대선 불출마한다고? 정동영이 노무현과 차별화하기 위해 탈당한다고? 그랬다면 벌써 나갔다. 막판까지 노심을 기다리다가 이해찬 쪽으로 가버린 것을 확인했기 때문에 지금 나가는 것이다. 쫓겨나는 셈이다. 눈치 빠른 천정배는 제일 먼저 나갔다. 그러나 서러워 말라! 마키아벨리의 충고를 잊었는가. 정치인은 여우와 사자의 하이브리드(hybrid·잡종)가 되어야 한다. 정동영과 김근태는 여우의 간교함을 배우긴 했다. 그래서 DJ·노 정권에서 국회의원도 하고 장관도 맡으며 권세를 누렸다. 덫을 피해다니면서. 그러나 주군을 지키는 포악한 사자가 되길 피했다. 주군은 자신의 적을 대신 물어뜯는 사자를 후계자로 간택한다. DJ가 노무현을 후계자로 뽑았듯이. 이해찬은 주군의 간택 심리를 꿰뚫어 보고 유시민과 경쟁하며 “나라가 반석 위에 올랐다”고 국민을 약 올렸다.
이해찬이 대선 후보가 되면 노무현·유시민과 함께 전국 유세에 나설지도 모른다. 독설과 표독함이 뒤엉킨 끔찍한 장면들을 또 봐야? 이해찬은 노무현의 도움으로 ‘노해찬’ 후보가 됐다가 극적으로 DJ의 도움을 받아 범여권 단일후보인 ‘김·노해찬’이 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이 시나리오만 실현되면 보수·우파엔 쉬운 게임이 된다. 지레 겁을 낼 필요가 없다. ‘반노 대 친노’ ‘우파 대 좌파’간 사생결단식 대결구도가 일순 거대하게 복원될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이 ‘잃어버린 10년’에 대한 기억상실증에 걸리지 않는다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