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 이상한 일이다.
    손학규 전 지사는 분명히 범여권이 아니다. 손학규 자신도 본인이 범여권이라고 선언한 적이 결코 없는 것으로 기억된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은 ‘범여권에서 손학규를 빼라’고 성화다.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이다. 노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손학규 전 지사를 범여권에서 빼내라고 찍어대며 비판하곤 한다.

    노 대통령 가슴속에는 손학규 전 지사가 몹시도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다. 마음에 안 든다고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대선주자를 내치는 말을 자주한다는 것은 곧 죽으라는 뜻인가, 아니면 무슨 특별한 뜻이라도 갖고 있는 것인가.

    오늘 온 언론에 ‘노 대통령의 손학규 찍어내기’ 기사가 대문짝처럼 널널하게 널렸다.

    동아일보는 ‘盧대통령 다음 타깃은 손학규?’라는 제하에 다음과 같은 기사를 크게 다루었다.

    『“옛날에 (나와) 관계있던 사람이라고 해서 (범여권 후보에서 제외하는 게) 정 안 되면 다 빼고 손학규 씨라도 ‘범여권’에 넣지 말아 달라. 그 양반이 나중에 (범여권 후보) 경선을 하고 안 하고는 내가 관여할 바 아니지만 왜 ‘범여권’이냐, ‘반(反)한나라당’이지. 손학규를 빼 달라고 신문에 크게 써 달라.”

    노무현 대통령은 13일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학규 전 경기지사에 대해 이같이 독설을 퍼부었다. 손 전 지사가 한나라당을 탈당한 직후 ‘보따리 장사’라고 비난했던 노 대통령이 이날 “걸핏하면 보따리 들고 다니는 정치를 그만 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손 전 지사를 겨냥한 발언이다. 청와대는 14일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 내용을 공개했다.

    이에 따라 노 대통령이 이번에는 손 전 지사를 범여권 후보군에서 ‘찍어내기’ 하려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정치권에서 나왔다. 노 대통령이 비판했던 고건 전 국무총리,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김근태 전 의장은 이미 대선가도에서 ‘낙마(落馬)’했다.

    그런데 노 대통령의 공격을 받고 대선 출마를 포기한 세 사람과 손 전 지사는 공교롭게도 ‘경기고-서울대(KS)’ 출신이다. 노 대통령은 2003년 유인태 당시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에게 “당신은 경기고, 서울대를 나온 사람이고 나는 고등학교밖에 못 나와 사고방식이 다르다”며 ‘KS’ 출신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낸 적이 있다.(…후략)』

    또 조선일보는 ‘노대통령 또 “손학규, 여권서 빼라”’라는 제하의 다음과 같은 기사를 실었다.

    『(…전략)여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노 대통령은 손 전 지사에 대해 특별히 개인감정을 가질만한 인연이 없었다고 한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냈고, 손 전 지사와는 경기고·서울대 선·후배 사이인 열린우리당 유인태 의원은 “노 대통령은 정권 초기만 해도 손 전 지사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었고, 그가 추진하는 경기도 파주의 LCD 공장을 지원하려 했는데, 나중에 손 전 지사가 정부의 규제 문제를 들어 공개 비판하면서 서로 틀어졌다”고 전했다.

    (…중략…)

    한 여권 관계자는 “열린우리당 사수(死守) 입장을 갖고 있는 노 대통령으로선 현 여권에 뿌리가 없지만 나름의 경쟁력을 갖춘 외부에서 온 대선주자들에 대해 경계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말했다. 실제 노 대통령은 한때 지지율 1위를 기록했던 고건 전 총리나, 여권의 영입 1순위로 꼽혔던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도 공개 비판했었다. 공교로운 일치이지만 노 대통령의 공개 비판을 받고 올해 들어 대선불출마를 선언한 범여권 주자 3명(고건 전 총리, 정운찬 전 총장,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손 전 지사와 마찬가지로 모두 경기고·서울대 출신이다. 여권에선 친노(親盧) 진영의 대선주자인 이해찬 전 총리 등에 대한 엄호사격이란 얘기도 나온다.

    손 전 지사 측은 일단 직접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한 측근은 “아직은 때가 아니다”라고 했다. 범여권 통합 문제 등에서 거리를 두고 있는 손 전 지사가 ‘범여권에 넣지 말라’는 노 대통령의 논리를 반박할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권의 한 의원은 “손 전 지사가 언젠가 ‘노무현 정치’와는 분명한 획을 긋고 가는 계기가 올 것이고, 피하지 않겠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친여 매체로 알려진 한겨레신문에는 ‘[노대통령회견] 유력대선주자 평가 “손학규씨 범여권 아니다”’라는 제하에 다음과 같은 글을 실었다.

    『(…전략) 노 대통령은 이어 “언론이 내가 몇 번이나 의의를 제기했는데도 ‘범여권’이라는 용어를 그냥 쓰는데, 그건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의도적 모욕”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옛날에 (나와) 관계있던 사람이라고 해서 (‘범여권’에서 제외하는 게) 정 안되면, 다 빼고 손학규씨라도 ‘범여권’에 넣지 말아 달라. 그 양반이 나중에 가서 경선을 하고 안 하고는 내가 관여할 바 아니지만 왜 ‘범여권’이냐, ‘반한나라당’이지”라며 “손학규씨는 빼 달라고 신문에 좀 크게 써 달라”고 강조했다.(후략…』

    손학규 전 지사는 한나라당에 있을 때 이명박 전 시장이 표현했듯이 ‘안에 남아도 시베리아에 있는 것이지만, 나가도 추운 데 나가는 것’라고 모욕적인 말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더 추운 벌판을 죽을 각오로 홀로 떠나간 사람이다.

    죽을 각오하고 한나라당을 떠난다고 말하면서 ‘지금 당장은 절벽 같이 보이지만 밀고 나가서 새로운 길을 내겠다는 각오로 나온 것이다’라고 말했던 손학규 전 지사다. 그리고 그는 제 3지대로 떠났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은 심심하면(?) 손학규 전 지사를 찍어댄다. 인간 노무현이 인간 손학규에게 전생에 무슨 특별한 인연이 있길래 대통령 신분으로 손학규 전 지사를 자꾸 때리고 찍어대는지, 우리는 그것이 알고 싶다.

    좀 대통령께서 초연히 삼라만상을 응시하며 국정 마무리를 차근차근 해 나가시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국민들의 일반적인 생각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손학규 전 지사에 관한 한, 무엇을 잘 모르고 자꾸 논리에 맞지도 않는 말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말들이 돌고 있다. 노 대통령은 손학규 전 지사가 범여권이 아닌데도 자꾸 범여권이라고 잘 못 생각하고 찍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부호가 바로 그것이다.

    행여나 노 대통령이 지목한 노 대통령의 그 어떤 대선주자를 위해 미리부터 손학규 전 지사가 무서워 미리 걷어내려는 전략적 수순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것은 대통령 직분을 지닌 국가통수권자로서 여러 가지 면에서 좀 생각해보실 대목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노 대통령은 손학규 전 지사가 범여권이라고 계속해서 잘못 생각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아니면 범여권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일부러 손학규 전 지사를 쳐내기 위하여 자꾸만 범여권, 범여권하면서 손학규 전 지사를 내치는 정치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보는 국민 자못 흥미롭기만(?) 하다.

    분명히 손학규 전 지사는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시베리아 벌판에 가서 홀로 독자세력을 형성하며 고난의 길을 걷고 있는 대한민국의 훌륭한 정치인이자, 훌륭한 대통령 감이다.

    한나라당을 나올 때 ‘죽을 각오아래 광야로 향한다’고 이미 비장한 선언을 한 바가 있지 않은가. 대통령한테 찍히려고 광야로 나간 것은 아니지 않는가.

    대통령은 대선주자에 대하여 마음속으로야 죽이고, 살리고, 때리고 할 수는 있으되,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대통령이 큰 목소리로 손학규 전 지사를 집어내어 꼭 그렇게 표독한 표현을 해야만 할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가.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의 유력 경선주자인 이명박 전 시장, 박근혜 전 대표를 겨냥하여 ‘근거 없이 실패파탄 진단하지 말고 참여정부만큼만 하라’고 세찬 비판을 가했다.

    노 대통령은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전략) 한나라당 유력 경선후보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에게도 에둘러 비판의 화살을 날렸다. 노 대통령은 “지금 대통령이 되겠다고 하는 사람들한테 감히 하는 얘긴데, ‘근거 없이 (참여정부) 실패, (경제) 파탄, 그런 엉터리 진단하지 말고 참여정부 만큼만 하라고 얘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참여정부평가포럼 연설에서 경부운하 공약을 비판한 걸 이명박 전 시장이 문제삼는 데 대해 “그 양반이 균형발전 정책이 실패했다고 비판했고, 그래서 내가 ‘균형발전 정책의 투자 규모가 대운하보다 훨씬 크다’고 얘기하고, 반론으로 ‘대운하 그거 누가 하긴 하겠냐?’라고 정책을 비교했던 것”이라며 “그 말을 지지하는 사람은 나한테 박수 보내면 되고, 지지 안 하는 사람은 이명박씨한테 박수 보내면 된다”(후략…)』라고 말했다고 한다.

    대통령이란 직책은 묵묵하게, 대통령으로서 모든 대선주자들을 넓은 품에 안을 수 있는 거대한 포용력을 지녀야 한다.

    대통령은 국민 모두를 사랑하는 어버이랄 수가 있다. 내편 네 편이 대통령에게는 있을 수 없다. 노사모, 참여정부평가포럼, 열린우리당은 내편이고 그 외에는 내편이 아니다 라는 등식은 결코 있을 수 없다.

    대통령에게는 한나라당도, 열린우리당도, 민주당도, 국중당도, 민노당도 그리고 손학규의 독자적 정치세력도 모두 다 국민들의 집합체이기 때문에 사랑해야 한다.

    대통령이 야당 대선주자를 거명하여 비판하는 것은 온당치 못한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은 모든 대선주자를 훌륭하고 위대한 자유 대한민국 건설하기 위한 커다란 나라의 재목으로 평가할 수 있는 안목을 지녀야 한다.

    대통령이 대선주자에 대해 비판하지 않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민주국가의 모습이다. 아름답고 평화로운 정치문화 정착을 위해서도 대통령은 대선주자를 높이 평가할 수 있는 여유로움을 보여주었으면 참으로 좋겠다.

    <객원 칼럼니스트의 칼럼은 뉴데일리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