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두환 정권의 1987년 6.29선언을 통한 양보는 동기에 상관없이 한국 민주화에 기여했다.  전씨 개인에 대한 평가는 새롭게 이뤄져야 한다"

    10만 주사파의 대부· 관악산 1호라는 수식어가 붙어다니는 사람이 있다. 바로 뉴라이트재단 기관지인 시대정신의 김영환 편집위원이다. 80년대 운동권 대학생들에게는 신적인 존재였던 그는 '강철서신'으로 더 유명하다. 월북해 김일성을 만난 후 '북한민주화 운동가'로 '전향'한 그는 1980년대 '민주화' 운동을 이야기 할 때 빠지지 않는 인물이다. 그런 그가 그렇게 부르짖던 '독재타도' 대상인 전 정권이 민주화에 기여했다고 주장하고 나서 주목을 끌고 있다.

    자유주의연대(대표 신지호)는 서울 정동 배재학술지원센터에서 7일 '민주화 20년에 대한 평가와 선진화 비전'이라는 주제로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을 기념하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자리에서 토론자로 나선 김 위원은 "당시 집권 세력인 전 정권의 양보는 한국의 민주화가 연착륙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주장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는 "한국은 세계적으로 자랑할만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민주화를 실현하는 데 인명손실 사회경제적 안정의 파괴 등이 없이 대단히 평화적으로 민주화를 달성했다는 것"이라고 말한 뒤 이는 당시 집권세력인 전 정권의 양보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평가했다.

    "조화로운 양보 이끌어낸 전두환 정권도 민주화에 기여했다"

    그는 "광범한 민중의 주동적이고 적극적 참여 속의 민주화운동과 집권세력의 양보가 거의 예술적인 수준에서 잘 조화된 것이 한국의 민주화였다"며 "한국은 1987년 1년, 짧게 본다면 1987년 6월 1달 동안 아주 짧은 기간에 그런 조화를 달성했다는 측면에서 의의가 있다. 중도적 인물이나 세력이 없이 극히 적대적인 정치세력 간의 대격돌이 이렇게 평화적인 타협으로 정리되고 이후 성공적인 민주화의 길을 가게 되는 것은 전 세계의 역사를 통털어봐도 그 유례가 드문 명예로운 역사"라고 말했다.

    김 위원은 영국의 명예혁명을 1987년 민주화와 비견하며 민주화를 이끈 민중 뿐 아니라 조화로운 양보를 이끌어낸 전 정권도 한국의 민주화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집권세력의 관성상 적극적인 양보는 쉽지 않은 일"이라며 "집권세력이 적극적으로 양보하는 형식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밀리는 식으로 민주화가 추진됐다면 그 뒤의 정치 경제 사회적 혼란은 감당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것을 종합하면 그 당시 집권세력의 양보를 폄하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전두환 정권 전체를 부정적으로 봐선 안돼"

    김 위원은 "1987년 민주화에 관해 평가를 하기로 한다면 전 정권에 대한 평가를 그냥 피해가는 식으로 하기만은 어렵다"며 "전 전 대통령이 문제점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개인 전두환 전체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전 정권이 ▲경제위기를 잘 극복해낸 점 ▲경제를 빨리 발전시킨 점  ▲물가를 안정시킨 점 ▲올림픽을 유치하고 그 준비를 잘 해낸 점 등에 대해선 높이 평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1987년 6.29선언을 통한 양보는 그 동기가 정국안정이든 위기모면이든 상관 없이 매우 훌륭한 것으로서 이후 한국 정치발전과 경제발전에서 매우 귀중한 토대가 됐다"며 "앞으로 본격적인 평가가 적극적으로 이뤄지리라고 보지만 어떤 방향, 어떤 관점에서의 평가라도 1987년 정치위기를 한국발전의 기회로 이용하는 과정에서의 전 정권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평가해주는 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