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전 대표 진영의 해당(害黨) 행위는 더 이상 눈을 뜨고 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해당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달래보기도 하고 경고를 해 왔건만, 무엇 때문에, 누구를 위해서 그런 짓들을 한단 말인가! 그런 편법을 통해 설령 경선에 이긴들 본선에 이길 수 있을 것인가? 어느 당원들이 신이 나서 도와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한나라당이 아닌 그대들만의 정당을 꿈꾸는가? 그런 야비한 방법으로 대통령에 당선된들 어떤 나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나는 그 동안 박 전 대표 진영의 해당 행위에 대하여 비판을 최대한 자제해 왔다. 가급적 이명박-박근혜 모두 잘못이 있다는 식의 양비론으로 말해 왔다. 그것은 두 진영이 똑같이 잘못해서가 아니라(사실은 네거티브는 한 쪽에서 해 왔다), 어쨌든 서로 힘을 합쳐 정권 교체를 해야 한다는 마음에서 그랬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더 이상 인내해서는 안 되는 수준에 와 있다고 생각한다. 사이버 상에서 벌어지는 온갖 추태에 대해서는 그러려니 하고 싶다. 대한민국 사이버 문화가 이 정도밖에 안 된다고 자위하면 되니까. 그러나 국회의원의 신분을 가진 사람들이 공공연하게 해당 행위를 하고 정치를 막가파 수준으로 전락시키는 현실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것이 오히려 비겁하다는 생각이 든다.

    박 대표 진영 사람들은 한나라당 당원이 맞는가? 아니면 열린우리당 2중대인가? 상식적으로 말해서, 정당이 무엇인가? 정치적 뜻이 같은 사람들끼리 정권을 잡기 위해 모인 정치적 결사체 아닌가? 그래서 같은 정당의 사람들을 일컬어 ‘동지’라고 하지 않는가? 그런데 지금 박근혜 진영 사람들이 벌이고 있는 일들이 같은 지붕 아래 있는 동지로서 할 수 있는 일들인가? 사실관계를 떠나 그들이 마치 대단한 진실을 캐낸 것처럼 언론에 알리고 같은 당의 유력 대선 주자 대하기를 마치 동네 강아지처럼 하는 짓을 보면 피가 거꾸로 솟는다. 한국 정치가 아무리 개판이라 비난받아 왔지만, 이렇게 망가지는 경우는 처음 본다.

    나는 이명박 전 시장이 대단히 훌륭하고 유일무이한 한나라당 후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에게도 이런저런 단점이 있을 수 있고, 도덕성을 떠나 보완해야 할 과제들이 있으리라 믿는다. 그런 문제들도 같은 당 사람들이라면 서로 이해해 주고 격려하면서 채워나가는 것이 도리이다. 그런데 마치 망하기를 바라는 것처럼 티끌 하나라도 찾아 흠집을 내겠다는 자세가 같은 당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의 그것일 수가 없다. 박근혜 전 대표에게는 문제가 없겠는가? 아버지 시대 하나만 하더라도 문제가 왜 없겠는가? 그러나 과(過)가 있더라도 더 큰 공(功)을 보고 평가를 내리는 것 아니겠는가? 그럼 마음가짐으로 가야 한다. 당당하게 경쟁을 하되 서로를 채워주고 한나라당의 외연을 넓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지금 박근혜 진영의 사람들은 본선 경쟁력을 드높이기 위해 검증을 한다고 한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그대들이 벌이고 있는 말의 수준이나 모양새가 그런 차원이 아니다. 어떻게 해서라도 유력 후보를 넘어뜨리겠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예리한 날을 새울 수가 없다. 정말 순수하게 당을 사랑하는 차원이라면 조용히 해야지, 동네방네 떠들 일이 무엇인가! 그것도 있는 것, 없는 것 모든 걸 만들어서.

    정책 검증이라는 것도 그렇다. 나는 이명박 전 시장의 정책 공약이 다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다. 관점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정책토론회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박근혜 진영의 사람들이 며칠 전 정책 검증이랍시고 꺼내든 것은 검증의 차원이 아니다. 상대 당 후보를 겨냥한 것처럼, 같은 당 후보를 사기꾼 수준으로 비하한 것이었다. 만에 하나 그대들의 기대와 달리 이명박 시장이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되었다고 치자. 그대들은 이명박 후보를 위해 어떤 선거 운동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범법자 내지 사기꾼으로 몰아 놓고 “여러분,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게 표를 주십시오.”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나 같으면 쪽 팔려서라도 그런 짓을 할 수가 없을 것이다. 며칠 전 정두언 의원이 “몇몇 국회의원들은 공천을 받기가 어려울 것이다”라는 말은 이런 맥락에서 보면 이해가 간다. 부끄러워서라도 한나라당 국회의원이라고 떠들 수 있을 것이며, 박근혜 전 대표가 설령 대통령이 되더라도 무슨 낯으로 한나라당 공천 신청을 할 수 있을 것인가?

    1987년 대선에서 후보 단일화에 실패한 YS와 DJ 진영은 서로 각자가 후보가 되어야 한다든지, 후보 단일화가 실패한 후에는 실패의 책임을 전가하기는 했지만, 인신 공격은 거의 없었다. 그래도 그들에게는 최소한의 민주화 동지 의식이 있었다. 그래서 상처를 덜 내고 이혼을 한 것이다. 지금 한나라당 두 유력 후보는 이혼을 할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이혼을 하지 않고 안에서 서로 치고 받고 싸울 가능성이 높다. 완전히 내전 상태가 되는 것이다. 평화로운 이혼이 나을지, 아니면 내전 상태가 나을지, 나로서는 판단이 서지 않는다.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낼 때 많은 뜻있는 당원들이 요구해 올 것이다. 차라리 갈라서자고. 그런 사태가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박근혜 전 대표 진영으로서는 답답함이 있을 것이다. 어려울 때 당을 맡아 당을 지켜 왔고, 각급 선거에서의 승리에 기여했는데, 지지율은 답보 상태이니 말이다. 그러나 왜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지를 냉철하게 판단해서 정상적인 방법으로 지지율을 끌어올릴 궁리를 해야지 당내 경쟁자의 뒷다리를 잡고 최악의 경우 함께 죽자고 해서야 되겠는가! 아직도 역전할 길이 있다. 그것을 찾아보라. 박근혜 전 대표의 강점은 내가 일전에 말한 대로 ‘아름다운 영혼’이다. 그러나 그것이 서서히 훼손되고 있다. 그것이 본인의 책임이든 참모들의 책임이든. 그것을 다시 복원해야 한다. 네거티브는 박 전 대표의 이미지와 맞지 않다. 참모들이 잘못 모시고 있다. 거기도 꽤 합리적인 사람들이 있는데, 몇몇 사람들 때문에 박 전 대표도 망치고 한나라당도 망치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이제라도 이성을 회복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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